또 청야니 우승…"날씨까지 도와주네"

LPGA 파운더스컵

악천후로 경기중단 후 부활
'등 부상' 최나연 1타차 2위
"통증 심해 경기 포기할 뻔"
중학교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청야니(대만·23)와 최나연(24)이 미국 LPGA투어 RR도넬리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우승 대결을 펼쳤다.

격차가 크지만 둘은 세계랭킹 1, 2위를 달리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나연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LPGA챔피언십에서 청야니에게 1타차로 우승컵을 내준 뒤 골방에 들어가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최나연은 바로 다음주 열린 사임다비LPGA말레이시아에서 청야니를 1타차로 누르고 우승을 거둬 설욕했다. 당시 그 우승은 한국(계) 선수가 LPGA투어에서 거둔 기념비적인 100승이기도 했다.

19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CC(파72·6613야드)에서는 다시 청야니가 우위를 점했다. 청야니는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최나연과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1타차로 제치고 시즌 2승, 통산 14승째를 달성했다.

이날 승부의 향방은 악천후가 갈랐다. 세 차례 중단으로 총 3시간가량 경기가 지연됐는데 청야니에게는 ‘득(得)’이 됐지만 최나연에게는 ‘실(失)’이었다.최나연은 전날 밤 갑작스런 등 통증에 시달렸다. 그의 부친 최병호 씨는 “경기 포기를 고려할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나연은 “오늘 날씨까지 추워 등의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53분 1차로 경기가 중단된 뒤 1시간14분이 지나 재개됐을 때 최나연은 3개홀 연속 버디를 노획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8번홀(파4·400야드)에서 아이언으로 두 번째샷을 시도하면서 볼을 그린 우측 물에 빠뜨렸다. ‘4온2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청야니의 샷 감각은 이때까지 좋지 않았다. 7번홀 보기에 이어 8번홀에서 볼을 물에 빠뜨려 연속 보기를 했다. 반면 미야자토는 2m 버디를 낚으며 단독선두를 질주했다.10번홀에서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6분 뒤 속개된 경기에서 청야니가 살아났다. 10,11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청야니는 미야자토에게 1타차로 따라붙었다. 또 13번홀(파4) 그린프린지에서 3m 버디를 추가하며 미야자토와 공동선두를 이뤘다.

오후 4시58분에 세 번째 경기가 중단됐다가 41분 뒤 속개됐다. 청야니는 14, 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단독선두로 솟구쳤다. 최나연과 미야자토는 1타차 간격을 유지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청야니는 “10번홀에서 경기가 중단돼 조금 휴식을 취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전반을 1오버파로 마치고 잠시 쉬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최나연은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했다. 유소연(22)은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4위, 박희영(25)이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5위, 서희경(26)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6위를 차지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