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폭스바겐·닛산 '글로벌 질주' 비결은…

닛케이 '3사 경쟁력' 분석
“정몽구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현대자동차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현대차, 폭스바겐, 닛산이 잘나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현대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현대차는 동급 다른 차량에 비해 최대 20% 저렴하다”며 “한때 일본차를 철저히 베끼며 품질 개선을 해온 현대차가 이젠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밖에 창의적인 사고와 스피드 경영으로 회사를 성공시킨 인물로 페르디난트 피에히 폭스바겐 이사회 의장과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현대차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일 스위스 2012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한 정 회장은 유럽 판매 확대를 위해 회사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24시간 남짓 머물면서 그는 유럽 현지 직원들과 두 차례나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유럽 시장의 판매·마케팅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재정 위기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유럽 시장에서 사업 축소가 아니라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정 회장의 역발상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정 회장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며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축소하려는 일본 업체들은 그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직후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사업 축소에 나섰다. 하지만 현대차는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시장 확대 전략을 구사했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과 함께 주목해야 할 인물로 지목된 피에히 의장은 차량의 ‘다운사이징’을 처음으로 실현한 인물이다. 다운사이징이란 차량의 엔진 크기를 작게 해 차체 무게를 가볍게 하는 기술이다. 엔진은 작지만 출력 및 연비 효율은 일반 차량과 같거나 더 좋아 개발에 어려움이 따른다. 1970년대 초 피에히 의장은 폭스바겐 소형 차량의 다운사이징을 지시했다. 사내 반발은 거셌다. 실패 확률은 높았고 만만치 않은 연구 비용 때문이었다. 그러나 피에히 의장은 이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현재 폭스바겐은 다운사이징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인정받는 이유는 다운사이징이라는 강력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도요타, 혼다는 지금도 다운사이징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 CEO는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엔고 등의 영향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자 국내 생산을 과감히 줄였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만큼 지시도 단순 명료하다.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서류를 파기하면서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부하직원에게 맡겼다. 니혼게이자이는 “닛산이 지난해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판매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시장 변화에 잘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결정이 느린 일본 업체들은 곤 CEO의 스피드 경영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