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세계로 간 '대우의 꿈' 남기고 싶다"
입력
수정
인사이드 Story - 13년 만에 입 연 옛 대우맨들의 '못다한 이야기'“대우 사람들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 늘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해외 각지에서 비행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상자 명단에 대우 임직원들이 (자주) 포함되곤 했기 때문이다. 해외활동이 어느 기업보다 많았던 대우이기에 해외에서 사건과 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식행사 때마다 순직한 산업전사들을 위해 경건한 묵념의 시간을 갖곤 했다. 먼저 간 그들에게 늘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장병주 전 (주)대우 사장)
그룹해체 후 첫 회고록
이경훈·김태구·장병주 등 前 CEO·임원 33명 집필
해외 개척 드라마
리비아 사막 비행장 건설, 佛톰슨 인수 좌절 등 담아
대우 패망은 왜
잘못된 정책 입안·집행자…정부 인위적 개입에 책임
옛 대우맨들이 오는 22일 대우그룹 창립 45주년을 앞두고 회고록을 냈다. 1999년 그룹 해체 이후 13년 만이다. 책 이름은 ‘대우는 왜?’이다.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모두 33명의 옛 대우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이 직접 집필에 참여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친구이자 창업 동지였던 이우복 전 부회장을 비롯해 이경훈 전 대우 회장, 윤영석 전 그룹총괄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이태용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 등 쟁쟁한 옛 대우맨들이 대부분 동참했다. 출간 작업은 대우 출신 임직원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주도했다.
이 책엔 1967년 대우실업 설립 당시부터 그룹 해체 때까지 대우가 만들어낸 각종 기록과 해외 시장 개척에 얽힌 비화들이 담겨 있다. 도전, 창조, 개척, 계승 등 네 가지 항목으로 나뉘었으며 3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옥포조선소 준공에 앞서 세계 최대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일과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를 튼 1992년 북한 방문기, 대우만 유일하게 남아 지켰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란 시장 이야기 등이 들어 있다. 모래바람과 싸우며 리비아 사막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국민차와 가전 사업을 본격화할 당시의 일화도 포함돼 있다. ‘못다 이룬 꿈’에 대한 회한도 있다. 프랑스 국민들의 자존심을 넘지 못한 톰슨 인수 좌절과 폴란드 자동차 사업 실패 사연도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대우 패망과 관련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대우맨들은 이 책에서 “대우가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든 것은 오히려 정부의 인위적 개입 때문”이라며 “대우 해체의 책임은 실패한 정책을 입안한 사람과 그런 잘못된 정책을 집행한 사람들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 해체를 주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한 일간지를 통해 “대우가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한 대목을 겨냥한 것이다.
이 책엔 김 전 회장과 대우의 세계경영, 도전정신, 기업가정신 등에 대한 의미와 재평가도 녹아 있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장병주 전 사장은 “옛 대우맨들이 모두 늙어 죽기 전에 대우의 정신과 가치를 책으로 만들어 남겨 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며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맨들은 오는 22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대우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이 책을 김 전 회장에게 헌정하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작년 말부터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함께 미취업 청년층의 해외 취업과 창업 지원 활동을 진행 중이다. 40여명의 청년들을 뽑아 베트남에서 6개월간 어학과 직무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