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 사랑 '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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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우리집 막둥이된 강아지…작은 인연이더라도 소중함 느껴벌써 7년 전의 일이다. 딸아이가 학교를 오가는데, 유난히 작고 여린 강아지 한 마리가 매일같이 간절하고 애절한 눈빛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란다. 남처럼 느껴지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결국 그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 왔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나이 만 6세, 키 30㎝, 몸무게 4.3㎏의 독일 태생 슈나우저 ‘샤비’는 이제 우리집 막둥이가 됐다.
조준희 < IBK기업은행장 jhc0618@ibk.co.kr >
필자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동생에게 달려든 개를 쫓다가 다친 경험이 있어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다. 그래서 샤비를 처음 만났을 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워낙 싫어했기 때문에 식구들은 필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샤비를 숨기기에 바빴다.그러던 어느 날, 필자가 동물병원에 가서 샤비를 데리고 와야 하는 부득이한 사정이 생겼다. 병원 문을 여는 순간 샤비가 주인인 나를 알아보곤 반가움에 나를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무서운 나머지 순간적으로 피하다 보니 샤비는 바닥으로 ‘깨갱’하고 고꾸라졌다. 고통과 아픔에 파르르 몸을 떠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의식 중에 나는 샤비를 얼른 꼭 껴안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주인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고 몸을 던졌던 샤비에게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순간 필자는 앞으로 샤비를 영원히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샤비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문을 박박 긁고 팔짝팔짝 뛰며 반가워한다. 출장을 갈 때면 한참동안 멍하니 주인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아쉬움을 표시하고, 돌아오면 영락없이 슈트케이스를 빙빙 돌며 제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재촉한다. 아무리 늦은 귀가에도 기다렸다가 지칠 때까지 뽀뽀를 해대고, 아이를 혼내거나 분위기가 어색하면 얼른 자기 집으로 숨는다. 눈치 백단으로 인간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과의 인연은 물론 동물과의 사소한 인연도 하늘의 뜻으로 여겨지고, 모든 만남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평생에 단 한번의 만남 또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일을 일컫는 말이다. 샤비와 필자와의 인연도 하늘이 준 특별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해외 출장 때 다른 식구들 선물은 못 챙기더라도 샤비의 선물을 빠뜨린 적이 없고, 사월 초팔일에는 샤비 등(燈)도 가족과 함께 단다. 이런 정성을 아는지 샤비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준다. 우리 가족의 휴대폰 바탕화면은 모두 샤비 사진이다. 힘들고 화가 나다가도 샤비 사진만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의 일상은 작은 만남의 연속이다. 작은 만남 속에서 느끼는 이런 기쁨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샤비를 통해 새삼 삶의 이치, 인연(因緣)의 소중함을 배운다. 힘든 하루를 보내다가도 집이 가까워지면 곧 샤비를 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고맙다! 샤비야! 그리고, 사랑한다.”
조준희 < IBK기업은행장 jhc0618@ib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