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NPL 대박은 옛말…권리분석 못하면 쳐다보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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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이웰에셋 부사장“NPL(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부실채권) 투자로 어렵지 않게 대박을 터뜨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권리분석 능력과 부동산 물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금융회사,부실채권 팔 때 기껏해야 15% 할인
위장전입·허위 유치권 가려낼 줄 알아야 고수익 물건 잡을수 있어
< NPL :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부실채권 >
15년째 경매·NPL 투자 자문을 하고 있는 이웰에셋의 이영진 부사장(46)은 최근 강남 경매 학원가에 유행하고 있는 NPL 투자 권유에 대해 일침을 놨다.NPL 투자는 금융회사가 시중에 내다 판 부실채권을 싸게 산 뒤 담보로 잡고 있는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찰을 받는 투자 방식이다.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있는 1억원짜리 1순위 근저당권을 9000만원에 매입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집을 경매에 넣어 6개월 정도 뒤에 1억원에 낙찰됐을 경우 1000만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 6개월 투자 수익률이 11%를 넘는다. 질권 설정을 통해 50%까지 대출을 받아 투자할 수 있어 수익률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법원은 배당금과 채권 매입가 사이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만약 낙찰가격이 매입원금보다 낮은 8000만원일 경우에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직접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뒤 1억원에 시중에 팔면 된다. 낙찰대금은 별도로 법원에 낼 필요가 없다. 가지고 있는 채권 1억원과 상계처리할 수 있어서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요즘은 금융회사나 유동화전문회사들이 부실채권을 싼값에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과거 외환위기 때는 부실채권을 원금과 이자의 반값 이하에 내놓는 경우가 많아 론스타 등 외국계 NPL 투자사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그때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NPL에 대해 문외한이어서 터무니없이 낮은 값에 NPL을 내놓았다. 그러나 NPL에 대해 박사급 지식을 갖게 된 요즘 금융회사들은 별로 값을 깎아주지 않는다. 유동화전문회사들은 10%, 저축은행은 15% 정도 싸게 파는 것이 보통이다. 이 부사장은 “금융회사들이 직접 경매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지 않는 것은 부실채권을 처분해 BIS 결제비율을 맞출 필요가 있거나 빨리 채권을 회수한 뒤 다른 곳에 빌려주기 위해서”라며 “채권 회수 가능기간까지의 이자율에 수고비를 붙여주는 수준에서 할인율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NPL의 유통단계가 복잡해 수익률은 더욱 떨어진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NPL은 유동화전문회사나 자산관리회사(AMC), 경매학원, 학원 수강생 등의 순으로 유통된다. 중간 단계에 있는 이들이 수수료를 떼는 까닭에 최종 매입자인 학원 수강생의 수익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유동화전문회사나 저축은행은 NPL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단위로 묶어서 블록으로 팔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초기 매도 과정에 참여할 여지도 거의 없다.이 부사장은 “경매학원들이 NPL을 띄우는 이유는 학원 수강생을 유치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며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으로 경매 강좌에 사람이 차지 않자 앞다퉈 NPL을 새 강의 과목으로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NPL 투자도 잘만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이 부사장은 강조했다. 위장임차인 유치권 등이 걸려 있어 채권의 전액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는 NPL을 헐값에 사들여 위장임차인임을 적발해내거나 허위 유치권임을 밝히면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리모델링 등을 통해 저당 잡고 있는 부동산을 가치 있는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안목과 실력을 갖춘 이들은 매입원가를 낮추고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이중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 부사장은 “NPL 투자의 성공 여부도 경매 투자와 마찬가지로 권리분석 능력과 배당표 짜는 능력, 물건 분석 능력에 달려 있다”며 “꾸준히 발품을 팔고 권리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