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佛 로브방폐장 관리센터장 "원전·방폐장 성공 비결은 투명한 행정"

“원자력발전소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주민 반대가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관점에서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걸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최근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과 기술 교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파트리스 토레스 프랑스 로브방사성폐기물처리장 관리센터장(34·사진)은 “프랑스에서도 한때 방폐장 건설 반대가 극심했지만 지금은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고리 원자력발전소 정전 사건 은폐 등과 관련해 운영 투명성을 강조했다.파리에서 동남쪽으로 150㎞ 지점에 위치한 슐랭듀이시에 있는 로브처리장은 라망쉬처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돼 1992년 가동에 들어갔다. 라망쉬처리장이 1994년 포화 상태에 이르자 프랑스 원전 59기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모두 이곳에서 처리한다. 처리 능력은 200ℓ 기준 500만드럼 규모. 매년 22만5000드럼(4만5000㎥)의 폐기물을 소화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년을 맞은 원전 선진국 프랑스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우려하는 건 사실이지만 체르노빌 사고 때에 비하면 훨씬 덜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모든 걸 숨겼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가 원인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프랑스 정부도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신뢰가 만들어졌습니다.”

토레스 센터장은 최근 고리 원전 정전 문제와 관련한 프랑스의 경험도 전했다. 고리 원전 문제의 핵심은 사실을 숨겼다는 것. 로브처리장도 사업 초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주민 95%가 반대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돌파구는 정보공개였다. 로브처리장과 지자체가 힘을 합쳤다고 그는 설명했다.토레스 센터장과 함께 방한한 필립 달마뉴 슐랭듀이 시장(49)은 “시가 중심이 돼 정기적으로 정보공개 회의를 열고 그 내용을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렸다”며 “지금은 주민 70%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을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와 물, 식물, 우유 등 1700개 항목에 대한 시료를 채취, 이상유무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