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 대통령, 한국외대 고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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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갑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외대 특별연설 말미에서 한국말로 이같이 말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미 협력을 강조했다.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 공식 일정에 앞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 앞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50여개국의 지도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전 세계의 핵시설 안전은 강화될 것이고 핵물질의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물질 거래 암시장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며 “전 세계 각국과 파트너쉽을 체결해 경찰 및 정보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사망 이후에도 알카에다와 같은 범죄집단이 끊임없이 핵물질을 취득해 핵무기를 만들려고 시도중” 이라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핵무기 위협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1세기 국제사회 협력 가운데 한국은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미국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또한 두 딸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잃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에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핵무기 위협을 억제하면서도 핵군축을 할 수 있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미사일 방어 등을 논의하기 위한 러시아 푸틴대통령과의 만남이 올 5월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북한 지도층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고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 며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 도발을 감행하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평화를 추구하고 주민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용기를 가지라”고 덧붙였다. 핵확산 방지조약의 의무를 게을리하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며 이란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또 “후쿠시마 사고이후 세계 많은 국가들이 핵시설의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며 원자력 기술이 우리 삶에 가져다준 많은 혜택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30년 만에 원자력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여러 국가들이 책임을 다할 때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며 “공통된 핵안보 비전을 갖고 함께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특강 장소로 외대를 선정한 이유와 관련 박철(63) 한국외대 총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시 태어나면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외국어 교육을 강조했다"며 "그런분의 눈에 45개 외국어를 가르치고 스페인어 전공 총장이 있는 한국외대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다자주의 평화외교와 글로벌 협력 체제를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의 평소 철학은 한국외대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미국 초미의 관심사가 이란핵문제인데 한국외대에서 이란어과를 오래전부터 개설하고 있는 점과 최근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각된 '탈북자 문제'와 관련 외대에 탈북자 대학생이 많은 점도 강연지 선정에 큰 영향을 끼친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강연 도중 탈북 실향민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에 한국외대가 오바마 대통령의 대학 강연지로 선정됐다는 소문이 돌자 여타 대학들이 미국 측에 로비를 벌였지만 백악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국외대 대학신문사인 외대학보는 오바마 대통령의 학교방문을 기념해 '오바마 3행시 공모전'을 열고 도서상품권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소정 인턴기자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