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경주공 月 45만원…'별채방' 부수입 만족

[현장레이더] 재건축'부분임대 논란'…2001년 입주단지 가보니

전세 5000만~6000만원…한강센트레빌 등 민간선 확산
"프리미엄 이미지 훼손된다" 개포 등 강남 재건축은 꺼려
최근 서울지역 주택시장에서 ‘부분임대아파트’가 화제로 떠올랐다. 재정비(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소형주택과 임대아파트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 서울시의 ‘공공성 강화 정책’ 가운데 부분임대아파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부분임대주택은 한 채의 아파트 내부를 ‘1가구 2~3세대형 주택’으로 설계한 것이다. 집주인이 거주하다가 공간 여유가 생기면 임대를 놓을 수 있게 한 구조다. 일종의 가변형·세대분리형 아파트다. 현관문을 따로 내고, 방 한 개와 화장실 부엌 등으로 구성된 공간을 임대한다. ◆1980~90년대 지어진 부분임대 가보니

부분임대형은 1980년대 서울 목동1~6단지와 상계주공14·19단지, 1990년대 말 동대문 휘경주공1단지와 남양주시 청학주공5단지 등에 일부 적용됐다. 대한주택공사(현 LH)가 개발·제안한 평면을 초기에 도입한 곳은 대부분 ‘주공아파트’다. 당초 노부모를 모시고 살도록 한 ‘3대 동거형 아파트’에서 출발했다.

1997년 분양돼 2001년 입주한 휘경주공1단지 101동은 원래 10여가구가 부분임대형이다. 그러나 101동 거주자 상당수가 현관문을 추가로 설치하는 식으로 집을 개조해 임대를 하고 있다. 54가구 모두 전용 115㎡B형(옛 45평)으로 동일한 구조여서다. 소파를 놓는 거실 벽 뒤쪽에 자리잡은 방과 화장실이 임대 공간이다. 인근 공인중개소의 이모씨는 “‘별채 방’ 시세는 전세 5000만~6000만원,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 및 관리비 5만원(겨울철 7만원)”이라며 “101동 전체 가구의 약 20%는 세를 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 집이 붙어 있으니 혼자 사는 여성 세입자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1989~1999년 입주한 상계주공14·19단지 115.7㎡(옛 35평) 거주자들도 화장실이 딸린 방 한 개와 현관 겸 미니 주방을 임대하고 있다. 전세 3500만~5000만원, 월세 25만~35만원과 전체 관리비의 3분의 1 수준(보증금은 500만~1000만원)이 일반적이다.

◆지역·수요자 선호도 극명하게 엇갈려작년 서울 흑석뉴타운6구역에서 분양돼 올 12월 입주하는 한강센트레빌2차 113동은 전용 85㎡H형(35가구)에 부분임대를 적용했다. 부분임대형 일반분양(5가구)도 경쟁률 3.4 대 1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흑성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거래 침체로 분양권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지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받으면 은행 대출 이자라도 낼 수 있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이 문의를 한다”고 말했다.

부분임대가 적용된 전용 85㎡는 별도의 출입문 싱크대 등을 설치해야 해 추가 건축비용이 든다. 분양권 매도호가는 일반 평면보다 3000만~5000만원 높은 7억원 선이다. 개포동에선 반응이 부정적이다. 서울시가 전용 85㎡ 이상 주택의 20%(최소 10% 이상)에 부분임대를 도입하라고 권유했지만 반대의견이 많다. 최근 실시한 주공1단지 주민 설문조사 결과 답변자의 2.2%만 부분임대를 희망했을 정도다.

집값이 비싼 강남에서 ‘프리미엄 주거지’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 아파트는 ‘부분임대’ 확산 추세

찬반이 엇갈리지만 서울 마포 대흥2·현석2 재개발구역 등 여러 곳에서 부분임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용인 신동백 서해그랑블2차’에선 117㎡형 계약자의 70%가 부분임대형을 선택했고 ‘영종하늘도시 한양 수자인’도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을 겨냥해 괜찮은 분양성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부분임대형이 나쁘다 좋다’는 식이 아니라 조합원이 있는 민간사업의 경우 이들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며 “다만 앞으로 은퇴자가 늘고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으면서 부분임대형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심은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