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와 區의 주차단속 '엇박자'

강경민 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자치구들이 지역 주민 눈치를 보느라 주차단속 관리에 너무 소극적입니다.”(서울시 관계자) “시가 현실도 제대로 모르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주차단속을 벌입니다.”(서울 A자치구 관계자)

서울시는 올 들어 보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 근절을 위해 집중 단속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각 자치구에 공문도 보냈다. 보행에 불편을 주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보도위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선 즉시 과태료를 매기고 견인 조치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1월부터 2개월간 시가 단속한 주차단속 5만9291건 중 보도위 단속이 17.9%인 1만577건에 달한다. 반면 일선 자치구의 보도위 단속건수는 1만1799건으로 총 36만7472건 주차단속 실적의 3.2%에 그친다.시와 자치구의 보도위 단속 비율이 이처럼 크게 차이 나는 이유가 뭘까. 시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보도위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각 자치구가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 눈치를 보느라 구청들이 주차관리에 소홀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각 자치구는 서울시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항변한다. B자치구 관계자는 “시에 비해 주차단속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선 구청의 입장에선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선 주차 면적이 좁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가피하게 단지 인근 보도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자치구 관계자는 “시가 실적에 급급해 천편일률적으로 단속하면서 각 자치구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을 위해 어느 정도 예외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했다.

주차단속에 대한 시와 자치구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시민들의 혼란이 크다. 통상 시청은 6차선 이상 간선도로, 자치구는 그보다 좁은 도로에서 주차단속을 한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시청이 구청의 단속 영역에까지 단속할 때가 많다. 구청의 주차단속에선 관행적으로 그냥 넘어갈 만한데 시청 직원의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깨끗한 가로를 지향하면서 ‘원칙’을 강조하는 시나 주민편의라는 ‘현실’을 감안하는 자치구의 입장 모두 이해는 간다. 아쉬운 건 ‘소통’과 행정 공조다. 그래야 애꿎게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사라질 것이다.

강경민 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