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초에 1개 팔린 로레알 '제니피크' 비결은…

SERI.org - 강찬구

화장품, 하이테크를 만나다
피부노화 연구 등 바이오기술 접목…융·복합 뷰티 솔루션으로 진화
화장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06년 5조6000억원에서 2011년 8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10.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5%이고 소매판매 증가율이 6.1%인 것에 비춰볼 때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는 놀랍다.

‘동안(童顔)’ 열풍에서 나타나듯 사회 전반에 걸쳐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이다.양적 성장과 함께 화장품 산업의 질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산업 경쟁의 축이 시장 변화와 유행 중심에서 기술과 효능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다. 과거 의류 생활용품 등과 함께 패션산업의 일부로 인식됐던 화장품 산업이 다양한 첨단기술이 융합된 하이테크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초연구, 상품 개발,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화장품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전망이다. 기초연구 단계에서는 바이오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화장품 산업의 성패를 가른 것은 화학기술이었지만 앞으로는 피부 노화 연구를 비롯한 바이오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4400개 유전자와 1300개 단백질을 연구해 피부 노화를 막는 유전자 활성화 화장품 ‘제니피크’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4초에 1개꼴로 팔리는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으며 바이오 화장품 시대를 열었다.상품개발 측면에서는 전자기기와 의료기술 등이 접목된 ‘융·복합 뷰티 솔루션(beauty solution)’으로 진화할 것이다. 약물 전달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의 피부 흡수율을 높이는 것 등이 융·복합 뷰티 솔루션의 사례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최적의 화장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 받았다.

마케팅 단계에서는 제품의 연구·개발(R&D)에 얽힌 이야기와 첨단기술이 핵심 소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미용 정보를 다루는 TV 프로그램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풍부한 화장품 관련 지식을 얻는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단순히 좋은 이미지를 심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없는 시대다. 제품에 적용된 기술과 효능 등이 마케팅의 핵심 요소가 됐다.일본 화장품회사 SKⅡ는 효모 발효 배양액 ‘피테라’의 개발 과정을 홈페이지 등에 소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 회사는 1970년대 연구소 주변에 있던 양조장 주조사의 손이 아기 피부처럼 매끈하다는 점에 주목, 350종의 효모를 연구한 끝에 ‘피테라’를 내놓았다.

화장품 산업이 하이테크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화장품 기업의 자원 배분과 상품화 과정 전반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R&D, 그중에서도 바이오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상품 개발 전략도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수동적 관점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을 통해 잠재 수요를 발굴하고 소비자 기호를 선도한다는 적극적인 관점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

강찬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chankoo.k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