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아시아나 기장에 보험금 28억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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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블랙박스 못찾아 고의사고 입증 못해"작년 7월 제주해역 인근에 추락하기 직전 수십억원대 보험 계약을 맺어 논란을 빚었던 고(故) 최상기 아시아나항공 기장 유족 측에 대형 보험회사들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7곳이며, 보험금 총액은 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 후 2년 내 고의사망땐 보험금 못받아
◆보험사들 “이의 제기 안 하겠다”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최 기장 유족에게 이달 초 보험금을 전액 지급했다. 고의 사망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10월 말 조종사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보험금 지급 절차를 개시했다”며 “이달 초 보험금을 전액 지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발견돼 고의 사망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한 보험금을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며 “채무부존재 소송 등 별도의 이의 제기 역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사들은 최 기장 건을 놓고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작년 사고 직후 개인정보 유출을 놓고 당국 조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러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 들어 보험사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실태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최 기장의 보험정보 유출건도 조사했다”며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블랙박스 회수 작업을 지난 26일 재개했다. 거센 조류로 인양작업을 중단한 지 5개월 만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블랙박스 음성기록을 분석한 결과 조종사의 고의성이 드러나면 그때 가서 보험금 회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종 상태면 5년 지나야 보험금
사망보험금이 가장 많은 보험상품은 생명보험회사들이 판매하는 종신보험이다. ‘사망보장’이 주계약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월 보험료가 최소 10만~20만원으로 높은 편이며 보험금은 평균 3억~4억원 선이다. 요즘은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보험금을 더 탈 수 있는 투자형 상품도 적지 않다. 생보사들이 판매하는 상해보험이나 연금상품,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질병보험 운전자보험 통합보험 등에 가입해도 사망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면 더 많은 보험금을 탈 수 있는 특약 형태도 많다.
하지만 고의 사망 땐 보험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보험사 표준약관을 통해 생명보험은 가입 후 2년간, 손해보험은 기간에 관계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다.
가입자가 실종됐다면 어떨까. 실종자가 사망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민법에 따라 실종 상태가 5년간 지속돼야 한다. 다만 항공기 추락의 경우 1년만 경과하면 실종선고가 이뤄져 사망이 확정된다. 보험업계는 종신보험이 아닌 일반 상해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사망보장 특약을 추가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재길/류시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