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박용만 체제] 박용현 전 회장 "3년 만에 정글 떠나 후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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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검증된 사람…나보다 낫다"“할 만큼 했고 보람도 많다. 이젠 정글에서 아주 떠날 때가 됐다.”
앞으로 계획은 "메세나협회장으로 사회공헌 활동 충실"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사진)은 갑자기 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떠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2010년 3월 취임 1주년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1년간) 정글을 지나온 것 같다. 이젠 좀 할 만하다”고 말한 것을 빗댄 표현으로 들렸다.박 전 회장은 자신의 퇴진이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30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퇴진 이유에 대해 “그룹 회장직 임기엔 기약이 없다”며 “3년간 충분히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이젠 떠날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예전부터 3년만 그룹 회장을 맡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혼자선 늘 3년만 하고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동생인 박용만 회장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겠다는 뜻을 최근 밝힌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두산호(號)를 이끌어온 소회도 털어놨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취임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나갔다”며 “처음엔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젠 후련하다”는 말도 보탰다.퇴진 후엔 야인(野人)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연강재단 이사장과 메세나협회장 직에만 충실할 계획”이라며 “그룹 경영엔 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퇴임식도 안 하고 퇴임사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새로 그룹 회장에 오르게 된 박용만 회장에 대해 “두산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 인물”이라며 “나보다 훨씬 낫다”고 평했다.
‘박용만 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그룹 회장을 맡게 된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엔 “박 회장은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며 “이미 검증이 된 사람”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그룹 사업구조를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쪽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두지휘해왔고 그룹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며 “박 회장을 잘 도와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