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생태계 파괴하는 서울시의 기업분산책

서울시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5년간 재산세의 50%를 감면해주고 취득세도 절반으로 깎아줄 계획이라고 한다. 강남·북 간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발주할 ‘서울시의 자치구간 균형발전을 위한 세제개편’ 용역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아이디어는 서울시 차원에서도 균형발전 개념을 도입해 강남북 시민 모두가 잘살게 만들자는 순진한 의도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생태계가 형성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강남3구에 기업이 몰려 있는 것은 교통체증과 높은 임대료 같은 불편에도 불구, 이를 뛰어넘는 장점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산업은 유사한 기업끼리 그리고 연관 업종이 한데 몰려 있는 클러스터를 형성할 때 최대한의 시너지가 발휘된다. 지리적 인접성과 정보 교환 등에서의 이점을 통해 고도의 분업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전문성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산업의 집적도 역시 높아진다.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도시가 생기는 것도,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테헤란로에 벤처기업이 몰려든 것이나 구로디지털단지에 수많은 IT기업이 입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강남3구를 벗어나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이런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고 부정하려는 시도다.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이미 형성되어 존재하는 클러스터를 인위적으로 깨버리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효율적인 국토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서울시가 적극 조성하지는 못할 망정 앞장서 해체시키겠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은 말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인 경우가 태반이다. 혁신도시니 기업도시니 해서 전국 곳곳에 기업들이 흩어져 있지만 높은 기술과 생산성을 갖춘 성공적인 기업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시장원리나 기업원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인위적으로 기업을 배치한 탓이다. 서울시의 기업분산책도 마찬가지다. 효과는 고사하고 부작용만 더 커지지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