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정국' 선 긋는 조현오 "檢 수사할 일"

경찰청이 민간인 뿐 아니라 조현오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수뇌부까지 아우르는 국무총리실의 전방위 사찰이 드러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찰을 통해 정권 차원의 사찰 행위가 폭로된 형국이지만 공식 대응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2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에서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수사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경찰이 별도로 파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청와대까지 나서 “참여정부 때 작성한 문건이 80%”라고 반박한 마당에 치안의 상징인 경찰이 내 놓을 수 있는 의견 폭이 협소한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사찰의 주체’인 동시에 ‘사찰 피해자’라는 이중적인 입장인 만큼 정권을 두둔할 수도, 정권을 비판할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김기현 경정이 경찰청 소속인데 경찰청에서 개입해 ‘(불법사찰이 아니라) 합법이다. 정당했다’고 말해봤자 객관성만 떨어질 것”이라며 “나중에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제3자의 위치에 있는 검찰이 수사하도록 맡겨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경정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됐을 때 작성한 사찰보고서를 담은 USB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사찰정국의 핵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인물. 조 청장은 “김 경정이 개인적으로 USB를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도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 문건이) 2000여건 이상이라던데 이 중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경찰의 감찰 활동이 몇 건 포함됐는지, 내용이 구체적으로 뭔지 등도 모른다”며 “오늘 아침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라’고 지시한 만큼 결과에 따라 당연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경정이 총리실에서 뭘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파견 가서 일어난 일인데다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솔직히 별로 관심을 갖지 않다가 경찰의 감찰 활동 (적법성)까지 언급되길래 파악해 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주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