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의 10% 위장망명 시도…스웨덴·호주 등 선진국으로

한국에 정착해 주민등록번호까지 받은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이 유럽 미국 캐나다 등 제3국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례는 200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증가해 2007~2008년 최고조에 달했다. 이들은 탈북 후 한국 정착 사실을 숨긴 채 난민 신청을 한다는 점에서 위장망명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여행을 한다면서 한국을 떠나 제3국에 가서 탈북 후 곧바로 난민 신청을 한 것처럼 위장하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터민의 10%가량이 위장망명 시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새터민들이 가장 많이 떠난 나라는 영국. 난민에 대한 지원이 좋고 복지제도가 탄탄하다는 점이 새터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청소년 새터민들에게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한국에 정착했던 새터민들이 난민을 위장해 입국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은 이들에 대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영국이 난민으로 받아들인 탈북자는 신청자 20명 가운데 단 3명뿐이다. 2005년 탈북자 5명에게 망명을 허용한 뒤 2006년 15명, 2007년 135명, 2008년 170명에게 망명 지위를 부여했던 데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영국의 난민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최근 새터민들의 발길은 네덜란드와 스웨덴 호주 등으로 향하는 추세다. 새터민들 사이에서는 ‘캐나다 호주 등은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너그럽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들 나라 역시 난민 신청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난민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한 번 가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 새터민은 전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난민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최종 심판까지 걸리는 약 2년간은 그 나라에서 살 수 있으니 그동안 영어는 배울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선 어학연수 삼아 나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왔다가 다른 나라로 위장망명을 재시도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캐나다에서 난민 신청이 거부되면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네덜란드 스웨덴 등으로 가는 식이다. 한 탈북자 단체 관계자는 “탈북자들은 이미 국경을 한번 넘어 새로운 곳에 정착한 사람들이어서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