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땐 하루 5만원 보상…"일단 눕고 보자"

車보험 '나이롱 환자'…대책은 없나 - (1) 얼마나 심각하길래

수시로 외출하며 생업까지…보험료 1인 5만원 더 내는 셈
진료수가 더 받는 병원도…가짜환자 양성 부추겨
#1. 작년 10월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운전 중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다 도로 난간과 살짝 접촉했다. 이 씨는 곧바로 정형외과에 20일간 입원했다. 보험회사가 확인한 결과 이씨는 ‘입원기간’ 중 열 차례 외출해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다. 물리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하지도 않았다. 그가 수령한 보험금은 120만9960원이었다.

#2. 김모씨는 ‘교통사고 피해자’ 심모씨와 벌이는 소송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 작년 초 회사 주차장에서 나오다 심씨 차와 부딪쳤는데, 심씨가 사고접수 후 합의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520여만원이나 타가서다. 김씨는 “대낮이었고 범퍼 페인트도 벗겨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올해 내 보험료가 30% 할증돼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도 보험금을 타려고 입원하는 이른바 ‘나이롱환자’가 줄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 열 명 중 6명 정도는 일단 병상에 눕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의 97%가 목·허리 염좌나 가벼운 타박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가짜 환자’로 인한 보험료 부담이 국민 1인당 5만여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일본보다 열 배 높은 입원율

보험개발원이 대인배상 보상처리로 의료기관에 지급한 보험금 내역을 살펴보니, 교통사고 후 병원에 입원한 비율은 2008년 기준 60.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일본의 6.5%와 비교할 때 열 배가량 높다. 관련 제도가 허술한데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탓이란 게 보험업계의 지적이다. 교통사고 때 흔히 발생하는 목 염좌로 보험금을 받은 사례는 건강보험보다 33배 많았다. 본인 치료비 부담이 있는 건강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의 경우 별도 비용 없이 보상금(일당)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보상금은 하루 입원 때 평균 5만원 선이다.

수입에 눈먼 일부 의료기관 역시 가짜 환자 양성을 부추기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응급성·복합성 등을 이유로 건강보험보다 15%포인트 높은 진료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때문에 병원과 모의해 장기 입원하면서 최고 수억원의 보험금을 챙기는 사기도 판을 치고 있다. 작년 말 강원지방경찰청이 적발한 대규모 보험사기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단순 염좌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허위 입·퇴원확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140억여원을 타낸 보험설계사 등 403명을 적발했다. 병원장과 브로커도 공모했다. ○차보험에서만 올해 4000억원 적자

‘가짜 환자’가 넘쳐나면서 보험회사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등 손해보험회사 14개사가 2011회계연도 1~3분기(4~12월) 중 자동차보험 영업으로 입은 손실은 3218억원에 달했다. 자동차 보험영업으로 이익을 낸 곳은 더케이손해보험 한 곳에 불과했다. LIG손보의 영업손실이 67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해상(590억원) 삼성화재(406억원) 메리츠화재(398억원) 등의 순이었다.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의 경우 누적적자 탓에 매물로 나왔을 정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으로 입은 손실을 장기 보험 등으로 메우는 실정”이라며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적자가 올해 4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