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뛰는 공기업] 한국수자원공사, 네팔·필리핀 등 신흥국에 수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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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물기업 목표지난달 26~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회의 기간 중인 26일 시간을 내 경기도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방문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발전소를 둘러본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칠레에도 이런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한국의 기술로 건설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수자원 관리 역량 세계 최고 수준한국수자원공사(사장 김건호·사진)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 해외 정상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곳 중 하나였다.
칠레는 피녜라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수자원공사와 조력발전소 건설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빠른 시일 내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현장 설명에 참여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그동안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설계시공 및 발전소 운영경험을 칠레 정부에 전수하고, 관련 기술 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날인 25일 자국 장관과 수자원전략위원회 위원, 기업인 등 60여명을 이끌고 한강홍수통제소와 이포보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홍수 예보 및 물관리시스템을 태국에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지를 물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27일엔 네팔 카트만두 전력청에서 네팔 정부와 약 13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소 건설 협약을 체결하는 등 올 들어 해외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타당성 조사를 해온 수자원공사는 이날 네팔 모디강 상류의 우퍼 모디 아(Upper Modi A)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공동 개발을 정식으로 협약했다.
◆발전·홍수방지 등 해외 고부가사업 확대
수자원공사가 글로벌 물기업으로 부상하면서 성과도 커지고 있다. 공사는 1994년 중국 산시성 분하강유역조사 및 제3 분하댐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외진출 20년도 안돼 13개국에서 17개의 사업(총사업비 1조9080억원)을 벌이고 있다. 이미 완료한 사업도 20개국 35개 사업(총사업비 382억원)에 이른다.해외사업의 내용도 고부가가치로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는 사업타당성 및 수자원 조사, 식수개발사업 등 저부가 가치사업이었으나 최근 들어선 수력발전·상수도·홍수방지 사업 등 수익성 높은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필리핀 마닐라 지역의 홍수조절과 생활용수의 97%를 공급하는 안갓(Angat)댐을 2010년부터 50년간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또 중국 장쑤성 사양현 지방상수도사업에 170억원을 투자해 하루 10만㎥를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 지난해 5월 운영에 들어갔다.
◆2020년 세계 3대 물기업으로 도약수자원공사는 올해 해외에서 투자사업과 기술용역을 포함해 21건 1조7150억원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도별로는 2015년 8건, 2017년 5건, 2020년 5건 등을 신규로 수주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60건의 해외사업을 확보하기로 했다. 해외시장에서도 인도네시아 네팔 라오스 파키스탄 필리핀 이집트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김건호 사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다목적댐·산업단지·광역상수도 사업 등을 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은 세계적인 물 기업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가 세계 물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기업에 비해 규모면에서 한참 뒤지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프랑스 베올리아가 매출액 19조1198억원, 물 서비스인구 1억2237만명으로 물기업 순위 1위다. 프랑스 수에즈와 아그바르, 스페인 FCC, 브라질 사베스프가 그 뒤를 잇고 중국 차이나워터도 10위에 올라 있다. 수자원공사는 아직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세계 3대 물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 2020’을 마련했다. 2025년 10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 세계 물산업 시장에서 주역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국내외 상하수도 서비스인구를 5000만명으로 확대해 베올리아, 수에즈 등과 경쟁하는 세계 3대 물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