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가입자 배 이상 늘어

올들어 퇴직연금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퇴직연금에 새로 가입한 사업장은 5000여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000여곳이 가입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배 이상 늘었다. 적립금 증가폭도 지난해 2월 5000억원에서 올해는 1조300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은 14만7000여곳이고 적립금 총액은 51조2000억여원이다.이는 퇴직금 제도에 주던 세제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정부 방침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내유보 퇴직금 충당금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를 올해 20%에서 한 해에 5%씩 낮춰 2016년께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고용부 근로복지과 관계자는 “기업이 퇴직금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상황에서 근로자가 퇴직연금 가입을 요구했다”며 “가입여력이 있는 대기업(근로자 500인 이상)이 먼저 들어왔고 중·소기업도 따라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도 대기업의 복리후생제도를 밴치마킹하기 때문에 ‘견인효과’가 발생해 전체 가입률을 끌어올렸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7월25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개정안은 근로자가 △집을 사는 경우 △부상 또는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요양해야 하는 경우 △최근 5년 이내에 파산 선고를 받은 경우 등을 제외하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자녀의 결혼, 가전제품 구입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중간정산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근로자 입장에서도 퇴직금 제도의 실익이 없어졌다. 개정안은 현재 60%인 확정급여형(DB) 퇴직금의 최소적립비율을 2017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방안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DB형 퇴직금 제도의 운용비용이 늘어난다.

정부는 가입자 증가를 희소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퇴직금을 사내에 적립해 운영자금으로 쓰는 일이 많았던 중·소기업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심해왔기 때문이다. 하형소 고용부 근로복지과장은 “금년말 퇴직연금 가입근로자가 약 4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