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성공의 제1조건은 네트워크"

알리칸 美스탠퍼드대 AIMS 설립자
“한국의 벤처기업인들은 기술적 창조성은 뛰어나지만 즐기는 벤처문화는 미흡한 것 같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창업자문기구인 AIMS의 공동 설립자 이르판 알리칸 박사(34·사진)는 5일 서울 도곡동 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에서 열린 ‘청년창업포럼’에서 “한국의 벤처문화엔 재미라는 요소가 없이 성공에만 매달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알리칸 박사는 “미국처럼 다양성을 바탕으로 재미를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는 벤처문화가 필요하다”며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경쟁하는 벤처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양자광학으로 2011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대학 의대에서 분자영상의학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스탠퍼드대와 가톨릭대가 공동으로 서울성모병원에 세운 ‘차세대의학물리연구센터’ 객원연구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피부암 진단 기술을 사업화한 벤처기업 ‘덤옵틱스(DermOptix)’를 2010년 창업했으며, 지난해엔 바이오기술 분야에서 창업하려는 스탠퍼드대 재학생을 돕기 위해 AIMS를 설립했다.

알리칸 박사는 “창업했다 망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벤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며 “스탠퍼드에선 ‘창업실패 축하파티’가 있는데 창업에 실패할 경우 서로 모여 격려해주는 자리”라고 소개했다.그가 말하는 벤처기업의 성공요소는 ‘네트워크’와 ‘창조성’. 먼저 같은 분야의 창업자끼리 동아리나 팀을 만들어 서로 믿고 조언해주고 네트워킹을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 관계가 장기적으로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알리칸 박사는 “창조성은 재미를 통해 만들어지고 실력으로 키워진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계획”이라며 “특히 서울대와 KAIST 같은 대학에 AIMS와 같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