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단말기 유동화 채권' 제동…"이중 신용보강 해라"

업계 "불필요한 조치" 반발
▶ 마켓인사이트 4월5일 오전 7시34분 보도

금융감독당국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통신사들의 단말기할부대금채권 유동화시장 단속에 나섰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과 국내 투자은행(IB)의 유동화 관련 부서에 단말기할부대금채권을 유동화할 때 선순위 자산유동화증권(ABS) 총 발행금액의 5% 수준으로 은행 신용보강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동화 자산의 질이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금융위기가 재발하거나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면 수조원에 달하는 단말기할부대금채권 유동화가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할부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 발행은 작년 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배 늘었다.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서울보증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해 받기까지 걸리는 약 9개월의 기간을 유동성 위험으로 파악했다. 금감원의 지시로 SK텔레콤은 지난달 29일 단말기할부대금채권을 유동화해 5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때 NH농협은행과 255억원 한도로 신용공여 약정을 체결했다.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조치가 유동화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후순위 ABS 발행을 통해 내부 신용보강을 하고 있는 데다 전체 단말기할부 가입자에 대한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이 담보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우려하는 유동성 위험은 단말기 구입자의 절반 이상이 갑자기 할부대금을 연체하고 끝까지 갚지 못하는 상황이 돼야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