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50명 · 거래 1만주 미만 우선주 '메스'

시장교란 우선주 퇴출

1986년 우선주 도입 후 처음
6개월 관리종목 거쳐 퇴출…정리매매 절차 없을 듯
▶ 마켓인사이트 4월 5일 오후 2시31분 보도

주당 299만원으로 상장종목 중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SG충남방적 우선주는 올 들어 여섯 차례에 걸쳐 딱 10주 거래됐다. 전체 상장주식 수 110주, 2명이 주주로 등재된 이 우선주는 거래량이 하루 1~2주에 불과하지만 등락폭은 화끈하다. 지난해에는 12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774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5일 SG충남방적 보통주는 4.10%(65원) 떨어진 1520원으로 장을 마쳤다. 보통 보통주의 70% 미만인 우선주가 1993배나 높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휴면상태에 빠져 자전 및 통정거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불량 우선주의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이상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일부 우선주들이 정치 테마주 못지 않게 시장 교란 및 주가 왜곡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3년 걸린 ‘우선주 퇴출안’

1999년 ‘우선주 파동’을 겪은 후 거래소는 온갖 대책을 강구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허용하기도 했고, 최저 수량 요건, 주가 급등 시 투자경고종목 지정 등을 시행했지만 근원적 처방이 되지 못했다.해당 기업이 이사회를 열어 우선주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되지만, 회사로선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된 우선주를 고가에 사들여 상장폐지시킬 이유가 없다. 사적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어 금융위도 지금까지 우선주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는 15일 발효되는 개정 상법이 우선주 퇴출안 마련의 명분을 제공했다. 주식종류를 다양화 하는 것을 계기로 퇴출기준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이상 급등락하는 우선주를 정리하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불량 우선주 대부분은 1995년 말 상법 개정 이전 발행된 구형 우선주들인데 그동안 규제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우선주를 신규 상장하려면 △20만주 이상 △상장주식의 25% 이상 일반 공모 △주주 수 200명 이상의 조건을 충족토록 했다. ○어떻게 퇴출되나

자전거래 등으로 이상급등을 반복하는 우선주들은 상장주식 수가 적고 주주 수도 적은 것이 특징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주식 수가 우선주 최저 수량 기준인 5만주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2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5000주에도 못 미치는 우선주는 11개다. 상장주식 수가 가장 적은 곳은 SG충남방적 우선주로 고작 110주다. 고려포리머 우선주도 173주에 불과하다. 동방아그로(250주) 허메스홀딩스(800주) 수산중공업(1020주) 등도 극소 물량 우선주다.

상장주식 수가 적은 곳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너무 적어 사실상 상장 기능이 상실된 우선주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하루평균 거래량이 100주도 안되는 우선주는 13개였고, 1000주 미만 종목은 39개였다.거래소는 유통물량이 적은 휴면 우선주를 타깃으로 삼아 단계적으로 퇴출시킬 방침이다. 퇴출대상은 △주주 수 50명 미만 △전체 상장주식 수 5만주 미만 △월평균 거래량 1만주 미만 등이다. 거래소는 6개월 동안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포함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6개월 안에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이의신청 절차 없이 곧바로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주 퇴출은 시장에서 거래만 할 수 없을 뿐이지 주주권리는 그대로 남기 때문에 기업 상장폐지 때처럼 정리매매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별도 장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우선주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주식. 기업이 청산돼 잔여재산을 배분할 때도 보통주보다 우선적 권리를 갖는다. 의결권이 없다는 점 때문에 보통주의 70%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