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계기로 진화하는 IB

마켓트렌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인 투자은행(IB)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일부 IB는 투자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은행계 지주회사로 전환·합병되는 IB도 생겼다. IB 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글로벌 IB의 위기는 한국의 IB를 육성하자는 전략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패한 글로벌 IB 모델을 따라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엄밀히 따지면 IB는 외형과 구조만 바뀌었을 뿐이다. 관련 업무는 아직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IB들은 다양한 위기 속에서 진화해왔다. 초반에는 증권 중개에 중점을 둔 현재 국내 증권회사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경쟁심화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새로운 업무에 진출하게 됐다. 다양한 기업금융 서비스와 국제 금융업무를 개발했다. IB 업무영역을 발전시킨 셈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도 IB의 새로운 진화를 자극하고 있다. 활성화가 점쳐지는 구조조정, 인수·합병(M&A)과 부실채권(NPL) 처리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상황과 여건에 따라 취급업무 소유구조 영업행태와 전략을 바꾸면서 새로운 진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IB의 핵심은 리스크를 분석하고 중개·투자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상품을 만드는 데 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진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금융투자회사는 대형화와 업무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리스크를 다루는 능력에 있어 글로벌 IB에 비해 부족하다. 자본금 전문인력 시스템전략 네트워크와 시장여건 측면에서 뒤처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방치한다면 진화를 거듭하는 글로벌 IB가 국내 금융시장을 휩쓰는 것을 지켜봐야만 할 것이다.

국내 IB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리스크를 다루는 능력 향상시켜야 한다. 기업금융 관련 업무도 활발하게 개발해야 한다. 기업의 다양한 자금조달 수요에 부응한 금융기법을 개발하고 상품화해야 한다. 국제금융 부문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영원한 승자로 남기 위한 중요한 원칙으로 응형무궁(應形無窮)의 정신을 꼽았다. 무한히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종적인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김필규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