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중국 팽창과 브릭스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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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 팬트 < 英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 교수 >THE WALL STREE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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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열렸던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국제 테러리즘,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 안전 등 순수 경제문제를 넘어선 의제들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런 의제들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드러낸다.
중국은 종종 성장을 위해 브릭스 그룹의 균형을 깨뜨렸다. 값싼 제품을 수출해 브라질과 인도의 많은 산업을 고사시키기도 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경제 국가주의를 불러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인도 정부는 많은 중국 제품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인도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발전 장비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브릭스 회원국 사이의 갈등가장 시급한 문제는 환율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다른 회원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거절했고 인도 브라질 남아공 제조업은 큰 위기에 처했다. 이들 나라 중앙은행은 2009~2010년 위안화 문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오로지 워싱턴의 압력에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태도는 남중국해 거의 전 지역에서 지정학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다른 브릭스 국가들은 이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브릭스 밖의 국가연합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은 2010년 말부터 인도의 동아시아 영향력을 확대해 중국과 균형을 맞추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브릭스의 기존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브릭스 내 민주국가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다. 이는 단지 중국의 폐쇄적 시스템과 권위주의 때문이 아니다. 인도 브라질 남아공은 10년 전 중국을 제외한 입사(IBSA)라고 불리는 연합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IBSA를 해체하기 위해 인도에 로비를 했다. 브릭스 안에서도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국가들 사이에 오래된 경계가 존재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 정치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했다. 반면 브라질과 인도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단순한 머리글자에 그칠 수도
인도 브라질 남아공은 끊임없이 권력의 재분배를 요구한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주요 국가로서 현재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 한다. 이 같은 대립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을 조정할 때 드러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11월 뉴델리를 방문했을 때 인도가 상임이사국이 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2001년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이 브릭스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이 국가들의 경제 규모는 곧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2050년까지 브릭스는 주요 7개국(G7) 경제를 합친 것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브릭스 국가들은 광채를 잃고 있다. 2010년 7.5% 성장률을 기록한 브라질은 지난해 2.7% 성장에 그쳤다. 인도는 브릭스에서 가장 실망스럽다. 인도 경제 개혁은 지난 3년간 추진력을 잃고 있다.
브릭스 국가들은 역내 경제에 똑같은 경제법을 적용한다 해도 단일화된 정치적 힘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브릭스는 단지 투자은행 애널리스트가 만든 머리글자를 딴 단어에 불과할 것이다.
하시 팬트 < 英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 교수 >정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이 글은 하시 팬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국방학 교수가 ‘중국의 팽창이 브릭스를 흔든다(China’s boom unsettles the BRICS)’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