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입은 왓슨, 연장 두 번째 홀서 '기적의 웨지샷'

'마지막 퍼트 순간 김인경 실수 떠올라'
9일(한국시간) 마스터스 연장 두 번째 홀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0번홀(파4). 버바 왓슨(미국)의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에 있는 나무 사이로 떨어졌다. 왓슨은 티샷 후 고개를 숙인 채 오른팔을 벌려 볼이 오른쪽으로 날아갔다는 것을 알렸다.

연장전 동반자인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의 티샷도 우측으로 갔다. 그러나 그의 볼은 나무를 맞고 코스 안으로 들어왔다. 오거스타가 그에게 미소를 짓는 듯했다. 그러나 웨스트호이젠은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커다란 나무 숲에서 페어웨이로 나와 그린을 확인한 왓슨은 거의 90도로 꺾어지는 드로샷을 구사해야만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었다. 135야드가 남은 상태에서 52도 웨지를 꺼내든 그는 기적을 연출했다. 맨땅에서 친 볼은 거짓말처럼 90도로 꺾어졌고 그린에 떨어진 뒤에도 훅 스핀을 먹으면서 홀 2.5m 지점까지 다가갔다.

웨스트호이젠의 세 번째 샷이 홀을 지나치고 내리막 3m 파퍼트마저 외면하면서 왓슨은 2퍼트로 파를 기록,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왓슨은 우승이 확정된 뒤 캐디와 어머니를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상금은 144만달러.

왓슨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탭 인 파퍼팅’을 남겨놓고 환호하는 갤러리들을 향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손짓을 했다. 그는 지난주 미국 LPGA투어 나비스코챔피언십 18번홀에서 30㎝ 퍼팅을 놓친 김인경이 떠올랐다고 경기 후 털어놨다. 그는 “이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지막 퍼트를 남겨두고 지난주 여자메이저대회에서 젊은 여성이 퍼트를 미스하는 장면이 생각났다”며 “내 평생에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라 짧은 퍼트지만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위어, 필 미켈슨에 이어 세 번째 왼손잡이 챔피언이 됐다. 최근 10년간 왼손잡이 마스터스 우승은 5번째. 위어가 2003년 정상에 올랐고 미켈슨은 2004, 2006, 2010년에 각각 우승했다.

오거스타는 18개홀 가운데 6개 홀이 왼쪽으로 굽어 있다. 대부분의 프로들은 드로샷보다 페이드샷을 선호한다. 오른손잡이는 이 홀에서 드로샷을 구사해야 하지만 왼손잡이는 페이드샷으로 공략할 수 있다. 그만큼 왼손잡이에게 유리하다는 얘기다.연장 첫 번째 홀에서 왓슨은 2m 버디 찬스를 맞아 4m 버디를 놓친 웨스트호이젠을 이길 수 있었으나 버디퍼팅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왓슨은 막판 13~16번홀에서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연장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는 장타를 내세워 파5홀에서 드라이버-쇼트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하며 버디를 사냥했다. 13번홀(파5)에서 9번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았고 14번홀(파4·440야드)에서는 웨지로 1.8m 버디 찬스를 만들어 집어넣었다. 15번홀(파5)에서는 7번 아이언으로 ‘2온’을 했고 16번홀(파3·170야드)에서는 8번 아이언으로 2.4m 버디를 추가했다.

네 번째 그린재킷에 도전했던 필 미켈슨(미국)은 4번홀(파3·240야드)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며 무너졌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날 2오버파 74타를 쳐 합계 5오버파 293타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나란히 공동 40위에 그쳤다. 293타는 우즈의 16번째 마스터스 출전 중 최악의 스코어다. 전날 선두였던 페테르 한손(스웨덴)은 이날 1타를 잃고 첫날 선두였던 리 웨스트우드(영국), 매트 쿠차(미국)와 합계 8언더파로 공동 3위에 그쳤다. 케빈 나(29)는 합계 2언더파로 공동 12위에 올라 한국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보 반 펠트(미국)는 이날 13번홀(파5) 이글에 이어 16번홀(파3) 홀인원까지 잡으며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 64타를 쳐 합계 1언더파 공동 17위로 마감했다. 아담 스콧(호주)도 1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