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별수없네"…20억이상 주택 줄줄이 경매

삼성동 아이파크 168㎡ 28억에도 유찰
강남권 중소형빌딩·근린상가도 매물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응찰자들의 관심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전용면적 168㎡·분양면적 207㎡·63평형)의 입찰 결과에 쏠렸다.

감정가격이 36억원(3.3㎡당 5700만원)이었지만 한 차례 유찰돼 최저 응찰가격은 28억800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경매 전문가들은 한때 3.3㎡당 77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아파트여서 당연히 응찰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다음달 진행될 3차 경매로 넘어갔다. 최저가격도 감정가격의 64%인 23억4000만원까지 떨어진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아이파크의 굴욕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초고가 주택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응찰자가 많지 않아 낙찰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 줄줄이 경매10일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초고가 주택이 줄줄이 경매로 나오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195㎡(74평형)가 다음달 10일 또 경매처분된다. 감정가격이 42억원을 웃도는 물건이다.

고급 아파트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경매시장에서 매달 처분될 정도로 단골물건이 됐다. 특히 이달 24일에는 펜트하우스급인 E동 243㎡(101평형)가 경매로 나온다. 55층짜리 건물에서 52층에 있고, 개별정원도 갖췄다. 감정가격만도 50억원에 달한다. F동 218㎡(91평형)는 감정가 38억원에서 한 차례 유찰돼 다음달 최저가 30억원에 경매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자주 나온다. 이달에는 25동 160㎡가 감정가 21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게 된다.학원 밀집지역인 대치동에서도 우성아파트(전용 137㎡·감정가 21억원)가 두 차례 유찰된 상태로 응찰자를 기다린다. 최저 매매가격이 13억원대로 떨어졌다.

도곡동 도곡렉슬, 삼성동 아펠바움, 압구정 하이츠파크 등 최근 신축된 초고가 주택들도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서울에서 경매로 나오는 감정가격 2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연립(신건 기준)은 작년 3분기 13건, 4분기 16건, 올 1분기 19건 등으로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아파트·연립 경매 건수는 작년 4분기 1325건에서 올 1분기 1118건으로 줄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부자도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권

법원경매분야 한 전문가는 “초고가 주택은 보통 불경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서면 초기에 서민주택 경매가 증가하고, 이어서 중산층 주택이 늘어나다가 최종적으로 고가 주택이 모습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영진 이웰에셋 부사장은 “최근 고가 주택뿐 아니라 강남권 중소형 빌딩, 근린상가 등 경매시장에서 보기드문 물건들이 늘고 있다”며 “부자들도 경기침체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들의 경우 요즘 같은 부동산시장 침체시점이 고가 경매물건을 실속있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감정가격 20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은 최근 3분기 동안 평균 69% 수준까지 낮아졌다. 전체 아파트·연립주택의 평균 낙찰가율은 이보다 9%포인트 높은 78%였다. 경매전문인 KJ국제법률사무소의 정충진 변호사는 “수십억원대 주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낙찰가율이 낮아지게 된다”며 “최근 청담동 삼성동 등 강남권의 고급빌라가 시세의 60%대에 낙찰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