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작은 평면의 놀라운 매직

책장·옷장·화장대가 하나로
칸막이 옮기면 오피스 변신
세탁·건조·다림질 한공간에
벽문 열면 키친과 식탁이…

최근 소형 아파트 및 오피스텔 평면개발의 핵심은 ‘작지만 넓어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1~2인 가구는 가격이나 임대료가 싼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간이 좁으면 수납 공간이 부족하거나 불편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자투리공간 등을 활용해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쓸 수 있도록 평면을 개발하는 이유다.

◆방·거실 내 맘대로‘스마트 셀’과 ‘스마트 핏’은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향후 한 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이다. 한화건설이 올해 초 1~2인 가구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소형 주택 전용 구조다.

‘스마트 셀’은 1~2인 가구를 위해 욕실이나 주방을 콤팩트하게 들였다. 나머지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다. 기존 평면 대비 20%나 실사용 면적을 넓힐 수 있다. 또 움직이는 책장과 화장대, 옷장을 하나의 공간에 집약시켰다. 침대를 책상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공간활용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1~2인 가구는 주로 외식을 선호하고 주방을 이용하는 시간이 짧다는 점에 착안, 주방에는 포켓도어(열면 벽 속으로 들어가는 쪽 미닫이)를 설치하고 필요할 때만 사용토록 했다.

같은 전용면적 30㎡ 규모(1.0타입)라도 1인용과 2인용으로 나눠 총 네 가지 타입으로 세분화했다. 전용 45㎡(2.0타입)는 가변형 벽체를 통해 거실과 침실을 나누거나 합칠 수 있도록 했다. 전용 30㎡ 복층형 구조(3.0타입)의 경우 1층은 오피스, 2층은 주거공간으로 설계해 주거와 업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핏’은 집의 구조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구조다. 30대용 ‘플래티넘’, 40대용 ‘골드’, 50대용 ‘실버’ 등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자녀가 함께 살다가 출가했다면 가변형 벽체와 가구를 움직여 방의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한화건설은 소형 평형의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변형 가구 등 각종 신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 곳에서 세탁과 건조, 다림질을 가능하게 해 주는 원스톱 빨래 공간(사진 위), 앉아서 신발을 신을 수 있는 공구함이 함께 든 벽장 형태 신발장(사진 아래), 주방 문을 닫으면 완벽한 사무공간으로 변신하도록 도와주는 미니 주방, 전자레인지 선반 아래에 있는 테이블의 날개를 펴면 필요할 때에만 식탁이나 조리대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검토되고 있다.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GS건설의 특화 평면도 눈길을 끈다. GS건설은 지난해 ‘스튜디오 평면’ ‘로프트 평면’ ‘오피스 평면’ 등 1인 거주 평면 디자인만 5건을 개발해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마이크로 유닛’ ‘콤팩트 퍼니처’ 등 소형 주택 컨셉트도 3건의 상표권을 확보했다.

예를 들면 2인용 가구라도 자녀를 분가시킨 고령 부부냐, 혹은 자녀가 없는 젊은 맞벌이 부부냐에 따라 차별화하는 식이다. 고령자인 경우에는 자녀들이 놀러왔을 때를 대비해 거실이나 식당 등 공적 공간을 강조했다. 젊은 무자녀 부부는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 등 사적 공간의 활용성을 중시했다. 2인 가구 특화 평면 중 일부는 오는 8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4베이는 기본작은 면적을 넓게 쓸 수 있도록 전용률을 높이거나 소형에도 채광 및 환기성이 좋은 ‘4베이’를 적용하는 것은 이제 흔한 사례다. 4베이는 방 세 개와 거실을 전면부에 나란히 배치한 구조로,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술술 통한다.

극동건설이 충남 세종시에서 공급하는 ‘세종시 웅진스타클래스 2차’는 전용면적 43~59㎡로만 이뤄졌는데 59㎡에 4베이가 적용됐다.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실사용 공간을 넓히는 것도 기본이다.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인천 ‘송도 더샵 그린워크2차’의 경우 발코니 면적이 최대 45㎡에 달한다. 안방 앞 발코니, 보조주방의 일부 발코니를 남겨두고 확장하면 20~29㎡까지 방을 넓힐 수 있다.

현대엠코가 세종시에서 분양한 ‘세종 엠코타운’ 59㎡B 타입도 발코니 확장 시 주거면적이 기존의 절반 이상인 33㎡가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한화건설이 이달 마포 상암지구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 ‘상암 한화 오벨리스크’는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전용 19~24㎡ 크기의 소형이 98%를 차지하지만 천장을 2.6m까지 높여 넓은 느낌이 나도록 했다. 또 책상 겸 화장대와 무빙 접이식 테이블, 계단식 구조 신발장 등의 수납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외기를 층별로 통합 배치하고 지역난방 방식을 적용, 보일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실내 공간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소형도 명품 브랜드 시대

과거 프리미엄 주택에나 붙던 별도의 ‘브랜드’가 이제 소형 주택에도 적용된다. 건설사마다 소형 주택 전용 브랜드를 도입, 차별화된 이미지와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GS건설의 ‘자이엘라(Xi-ella)’는 기존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에 ‘엘라’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효율적이고(efficient), 활기차고(lively), 선도적이며(leading), 매력적 (attractive)이란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라틴어로는 ‘작다’는 의미도 있다.

대우건설의 오피스텔 전용 브랜드인 ‘푸르지오 시티’도 아파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푸르지오’를 활용해 소비자 친밀도를 높인 사례다.

한라건설의 ‘한라비발디 스튜디오’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소형 오피스텔 전문 브랜드다. ‘스튜디오(STUDIO)’란 거실과 주방이 함께 있는 원룸형태의 주거유형을 말한다. 기존 소형 주택과 차별화된 설계와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앞세워 소형 주택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화건설의 오피스텔 브랜드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2000년 페니키아인에 의해 축조된 첨탑을 말한다. 오늘날에도 원형 그대로 전해지고 있어 명품 건축물을 상징한다.

한양건설이 출시한 소형 주택 전용 브랜드 ‘수자인-LEEPS(립스)’는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주택을 뜻한다.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는 “브랜드를 단 아파트는 시설이 차별화되는데다 사후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실수요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며 “이런 마케팅이 소형 주택으로도 고스란히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