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정비사 모셔라" 인력 쟁탈전

작년 정비센터 30곳 열어…1000명 신규인력 필요
웃돈 주고 경쟁사서 빼오기도…자동차학과 인기
지난달 21일 오전 11시50분.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회의를 마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점심도 거른 채 인천 인하공업전문학교로 향했다. 정비기술자를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박 사장은 “정비센터는 늘어나는데 사람이 모자라서 큰일”이라며 “우수한 인재를 먼저 데려오기 위해 1주일에 서너 번씩 대학교를 찾아 다니면서 채용 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자리에 전화벨이 울렸다. 벤츠의 국내 수입법인인 한성모터스에서 학생을 추천해달라는 전화였다. 이 교수는 “보통 1월 신입사원 채용이 많아 11월쯤 추천서가 날아오는데 올해는 학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학생을 보내달라는 부탁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 업계의 정비인력 유치 싸움이 뜨겁다. 판매 급증에 따라 정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수입차는 60만대를 돌파했다. 그런데 수입차 정비센터는 367곳에 불과하다. 1곳당 평균 1650여대를 맡는 셈이다. 국내 등록 대수 10만대를 돌파해 1, 2위에 오른 BMW와 벤츠는 정비소 당 할당 대수가 3000~3500여대까지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수입차 업계는 정비망 확충에 나섰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정비센터는 30곳. 여러 업체가 한꺼번에 사람을 뽑다보니 인력난이 심화됐다. 다른 업체에서 숙련공을 빼오는 인력 쟁탈전도 공공연히 이뤄진다. 한 수입차 정비센터 정비팀장은 “신입직원을 뽑아 실전에 투입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곳은 경쟁사에서 연봉을 올려주고 우수 기능사를 모셔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졸 수입차 정비센터 신입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1900만~2000만원 수준이다. 수입차 정비사들은 외국 정비서적을 이해하고 외국인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뿐만 아니라 화법과 매너, 예절 등 고객응대에 관한 ‘특별’ 교육을 받는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초봉이 높진 않아도 각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기술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면 몸값이 두 배가량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취업난 속에 전문대 자동차학과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호근 교수는 “초기 60명 규모에서 지금은 야간까지 180명으로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졌고 입시경쟁률도 높아졌다”며 “정규직 취업률이 70~80%에 달해 4년제 대학을 중퇴하고 온 학생도 있다”고 했다.

업계는 올해 새로 설립될 정비센터 수요를 감안하면 1000명 이상 정비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자체 기술경진대회를 열어 포상하고 기능사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도요타와 닛산은 우수 엔지니어에게 해외 본사 견학 기회를 줬다.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과 소속감을 심어주고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은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수입차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기술력과 서비스 정신을 갖춘 엔지니어는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정비기능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