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사진처럼 '토스카' 꾸밀 겁니다"

27일 서울공연 갖는 名연출가 파울로 파니차

의상 300여벌·무대세트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
“오페라 ‘토스카’의 한 장면 한 장면은 시와 사진처럼 신비롭고 극적일 겁니다. 조명과 무대가 드라마틱한 장면에서는 차가운 빛, 로맨틱한 순간에는 따뜻하고 정열적인 색감으로 변하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드러내죠.”

이탈리아 현대 오페라의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와 피에르 루이지 피치의 계보를 잇는 연출가 파올로 파니차.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수지오페라단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연출을 맡은 그를 12일 전화로 만났다.

첫 내한을 앞둔 그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이탈리아의 많은 한국 음악가들과 작업하면서 문화를 느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다”며 “불고기와 비빔밥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비부인’ ‘라보엠’과 더불어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토스카’는 정열적인 여가수 토스카와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권력 지향적인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를 통해 사랑과 질투, 탐욕, 증오 등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비극이다. 1800년 6월14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 북부 마렝고에서 격돌한 후 오스트리아가 승리했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개성적인 색채 감각과 독창적인 무대, 작은 소품부터 커튼콜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는 연출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연출, 조명, 영상, 무대 미술, 의상까지 직접 만들어낸다. 이번 공연에도 300여벌의 의상과 전막 세트를 갖고 온다.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푸치니의 독자성을 나타내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토스카, 카바라도시, 스카르피아 등 주인공들의 성격과 개성을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하고 있어요.”그는 피치와 1984년부터 일했고, 제피렐리와는 1995년 ‘카르멘’ 이후 지금까지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

“제피렐리는 사실주의의 대가로 극의 현실감을 돋보이게 하고, 피치는 심미주의의 대가로 미적 감각이 뛰어납니다. 제피렐리의 대담한 인물 해석력과 풍성한 무대 연출, 피치의 개성 있는 색감과 독창적 무대가 저에게 큰 영향을 끼쳤죠.”

‘토스카’에서는 로마의 명소인 성 안드레아 성당, 파르네제궁, 산타 안젤로 성 등을 재현한다. 화려한 건축 양식과 벽화, 조각상이 극적 사실감을 더한다. 카라바도시 역은 피에로 줄리아치와 프란체스코 아닐레, 토스카 역은 아디나 니테스쿠와 파올레타 마로쿠, 스카르피아 역은 이반 인베라르디와 앤서니 마이클무어가 맡는다. 1만~15만원. (02)542-0350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