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변종 바이러스·화산 폭발…영화로 살펴보는 인류의 종말

영화가 2012년 12월 21일 이후를 예언하다
장세계 지음 / 물병자리 / 248쪽 / 1만2000원

오는 12월21일은 종말론자들의 시간이다. 마야력으로 13번째 ‘박툰’이 끝나는 날이어서다. 박툰은 394년 3개월을 한 주기로 하는 마야문명의 시간 개념이다. 우주 만물은 크게 13번의 박툰을 주기로 새로 창조되는데 12월21일이 그 끝이라는 것이다. 과연 종말은 올 것인가.

《영화가 2012년 12월 21일 이후를 예언하다》는 종말론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다. 11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인류의 미래 모습을 살폈다는 점이 독특하다.저자는 지구 종말 시나리오를 변종 바이러스, 연쇄 화산폭발, 자기장 교란, 소행성 충돌, 태양 플레어, 총체적 재앙, 거대 권력집단에 의한 설계 등 7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그리고는 각각의 키워드에 맞는 영화 줄거리를 따라가며 종말의 현장을 드러내 보인다.윌 스미스 주연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통해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절멸 가능성을 얘기한다. 에이즈가 아프리카 인구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음모라는 등 바이러스에 관한 음모론이 돌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세계침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의미심장해서다. 슈퍼화산 폭발로 인한 재해다. 일단 폭발하면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슈퍼화산이 두 곳 있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토바호 화산이다. 최근에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자기장의 감소로 인한 재해 가능성은 ‘코어’를 통해 들여다본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발붙이고 사는 것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자기장 덕분인데 이 자기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 일부 과학자들은 자기장이 머지않아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 밖에 소행성 충돌로 인한 종말 시나리오는 ‘딥임팩트’와 ‘아마겟돈’, 태양 플레어로 인한 재난은 ‘노잉’의 영상 속으로 들어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저자는 종말을 멸종으로 보지 않는다. 비슷한 시간대에 다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새 역사를 열기 위한 일종의 완벽한 ‘단절’이며,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