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관은 퇴직 공무원 재취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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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인증 전봇대' 뿌리뽑자 - (下) 뒷짐 진 정부
9개 주요 인증기관장 중 8명이 정부 공무원 출신
정부, 6년 전 정비 나섰지만 아직 총괄부서조차 없어
각종 인증이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기업친화적(기업 프렌들리) 시장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는 인증 중복·난립 문제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의 인증비 부담 경감은 정부 입장에선 오래된 숙제다. 정부는 기업의 인증 부담문제가 제기되자 2005년 ‘국가품질인증제도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란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이듬해 ‘3단계 정비방안’을 마련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인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제도를 정비한 후 2011년부터 총괄관리체제를 마련한다는 안이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부처 차원의 ‘국가표준심의회’도 출범시켰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등장해야 할 총괄정비조직도, 구체적인 정비방안도 나와 있지 않다.그나마 지식경제부가 산하 기술표준원을 통해 13개 법정인증마크를 ‘KC마크’로 통합한 게 성과라면 성과다. 지난해 말부터 법정의무인증인 KC와 법정임의인증인 KS 통합 작업도 진행시키고 있다. KS인증 때 받은 시험항목은 KC인증 때 면제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두 인증 간에 중복시험항목이 있는 84개 품목을 가려내 이 중 35개 품목에 대해서는 KS인증을 받으면 KC인증 시 검사를 면제시켜 주기로 했다.
박종석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총괄과 연구관은 “상반기 내 나머지 49개 품목에 대한 상호 인정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이나 환경 보건 등 다른 부처에서의 인증 정비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소기업계와 중소기업옴부즈만실의 평가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환경인증마크의 경우 인증 연장 할인제도도 없고, 제품 모델별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탓에 중복검사 폐해가 큰 데도 손질이 안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업계에서는 이처럼 인증정비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인증제도에 대한 각 부처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인증기관을 인사적체 해소용이나 퇴직자 재취업 용도로 이용하려는 관련 부처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통폐합 등의 정비가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을 비롯한 9개 주요 인증기관장의 경력을 파악한 결과 내부 승진한 한국섬유기술연구소(KOTITI)를 제외한 8개 기관의 수장이 공무원 출신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출연기관이나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명백히 민간기구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등 민간 인증기관에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승진자 명단에서 빠진 공무원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자리를 만드는 기관도 있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옴부즈만실은 부처 간 이해관계 때문에 인증제도 개선이 더디다고 보고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공동으로 보건식품, 안전, 환경 등 개선이 시급한 20개 분야에 대한 인증제도 정비와 관련 기관 통폐합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수진/김인선/은정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