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 엑스포] 대진코스탈, 문서세단기 글로벌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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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진출해 독일기업과 경쟁
인천에 있는 대진코스탈(대표 강태욱·강성공 부자)은 폐기 문서를 분쇄하는 문서세단기 제작 분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197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문서세단기 한 품목으로 38년 외길을 걸어왔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며 국내 시장 석권은 물론 미국, 일본 시장에 진출해 선발주자인 독일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선진국 선발 기업보다 기술력에서 훨씬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10년 전 일본 수출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극비문서를 가루 수준인 가로 세로 0.8×4㎜와 1×1㎜의 초미세로 분쇄할 수 있는 극비문서 파쇄기 기술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미국 안전보장국(NSA)과 러시아의 엄격한 평가 기준을 통과해 미국 조달시장과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NSA 기준을 통과한 업체는 독일의 3개 업체밖에 없었다. 작년 미국 바이어와 1차로 1000만달러 수출계약을 맺었다.선진국 선발 기업들이 이 회사를 당분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수십년간 품질 개선 및 기술 노하우로 쌓아 놓은 차별화된 기술력 때문이다. 특히 2010년 12월 조달청의 안전문서세단기 우수제품 인증과 지식경제부의 국산 신기술(NET) 인증을 받은 문서세단기는 독일 제품보다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서세단기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장시간 많은 양의 문서를 세단할 때 발생하는 세단 효율 저하와 떨어지는 내구성이다. 이 회사 제품은 이런 문제와 단점을 해결한 제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문서세단기의 핵심 기술은 장시간 많은 문서를 세단해도 칩(파쇄 물질)의 낌 현상(분쇄 물질이 칼날에 끼는 것)이 없고, 세단율이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
이 회사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세단 효율과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생산원가를 30% 절감한 커팅 유닛(칼날 조립 블록)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독일 제품은 여전히 파쇄 칼날에 종이가루 등의 낌 현상으로 세단율이 떨어지고 세단율 복원을 위해 기름칠을 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특히 대진코스탈 제품의 슈퍼 클리닝 기능과 기어동력 전달 방식은 첨단기술로 꼽힌다. 문서 세단시 발생하는 종이가루 등 이물질의 칼날 낌 현상을 최소화해 파쇄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또 이물질이 쉽게 배출돼 장시간 사용 후에도 세단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슈퍼 클리닝 기능과 모터의 동력을 기존 체인과 달리 기어를 통해 전달해 동력 손실 없이 정확한 동작이 가능하다. 내구성 또한 뛰어나다. 반면 체인 방식은 많은 문서를 세단할 때 과부하로 체인이 끊어지거나 늘어져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 밖에 종이 투입과 배출을 유도하는 커터가이드를 금속재질로 만들어 내구성이 뛰어나다. 과부하에 의한 파손과 소음 발생도 없앴다. 동시에 대량 세단이 가능할 뿐 아니라 CD와 DVD 전용 투입구를 만들어 종이와 플라스틱을 분리 배출토록 디자인한 것도 차별화한 기술이다.
창업자인 강태욱 회장(사진 왼쪽)은 “그동안 저가 입찰제도 시행과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 인해 제 가격을 받지 못했다”며 “조달청의 우수 제품 인증을 계기로 공공기관 등으로 공급이 확산되면서 기술개발 여력이 생겨 해외 시장도 공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꼽는 성공 요인은 품질 제일주의와 10년 후 미래 시장을 내다보는 남보다 앞선 기술개발 노력이다. 그는 “차별화한 기술은 선진국 경쟁 업체들도 10년 안에 따라오기 어렵다”며 “영세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오직 기술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매출의 7% 정도를 기술개발에 꾸준히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창업 초기인 1978년 자동윤전등사기 개발로 한동안 많은 돈을 벌었다. 1980년대 들어 전자복사기가 보급되면서 등사기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10년 후에 주도할 아이템을 찾았다. 지식정보화 시대가 시작된 1980년대 초에는 정보를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 정보가 담긴 문서를 안전하게 폐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문서세단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문서세단기 기술은 전무했다. 따라서 일본 등 선진국 기업에 막대한 로열티를 주고 기술 도입을 해야 했지만 연구·개발에 전력 투자한 결과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칼날 재질과 경도, 형상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고 모터도 공업용 외에 사무실용은 없었다.강 회장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세단기의 칼날부터 모터, 전기, 전자시스템, 스위치까지 모든 부품을 개발하고 국산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먼저 준비한 사람은 10년 후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데 그때서야 준비하면 경쟁이 되겠느냐”며 “끊임없이 10년 앞을 내다보는 앞선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