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일반분양에도 알짜 로열층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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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조합, 미분양 줄이려 배정 늘려
래미안 밤섬 70%·개봉 푸르지오 89% 차지
이달 말 일반분양 예정인 서울 금호동 ‘래미안 하이리버’(금호19재개발구역)의 일반분양분 중에는 한강이나 남산 조망권을 갖춘 물량이 많다. 모두 1057가구로 신축되는 이 단지는 114㎡형(45평형) 33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이 중 절반인 17가구는 17층 이상 로열층이다.
특히 5가구는 한강 조망권과 남산 조망권을 동시에 갖춘 이중조망권 가구다. 6가구에서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5가구는 남산 조망이 가능하다. 김상국 삼성물산 마케팅팀 부장은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단지 일반분양에는 알짜물량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입지가 뛰어난 곳을 빼고는 분양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조합원들이 분양을 성공시켜 자신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로열층이 포함된 알짜 물량을 일반분양 몫으로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열층 일반분양 물량 급증
18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로열층을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합원들이 먼저 좋은 층을 선택하고, 나머지 비로열층을 일반인 몫으로 배정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달 말 분양예정인 ‘래미안 밤섬 리베뉴 1·2차’(상수1·2재개발구역)은 일반분양분 342가구 중에서 232가구(67%)가 5층 이상 로열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달 말 모델하우스를 개장하는 ‘아현 래미안푸르지오’(아현3구역)도 일반분양분(881가구)의 절반(400여가구) 정도가 5층 이상 물량이다. 개봉동 ‘개봉 푸르지오’도 4층 이상에 자리잡은 일반분양분이 89%나 된다.
지방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 대연동 ‘대연 롯데캐슬’은 일반분양분(361가구)의 80%를 3층 이상에 배치하고, 이달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미분양 줄이기 고육책이 같은 추세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한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의 고육지책에서 출발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비로열층 물량을 대거 내놨다가는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을 것이 뻔해 일선 조합원들이 로열층을 양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식은 다양하다. 우선 한 개 동(棟)이나 라인 전부를 일반분양으로 돌리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분양 중인 ‘금호자이2차(금호18재개발구역)’의 경우 일반분양 몫을 한 건물의 한 개 라인에 모아서 배정했다.
아현래미안푸르지오는 특정 층을 일반분양분으로 배정했다. 전체 16개 동 중 6개 동의 14층을 일률적으로 일반분양으로 내놨다. 이에 따라 전용 84㎡짜리 로열층 60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오게 됐다. 조합원들에게 비로열층까지 섞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동·호수를 배정하고 남은 물량을 내놓는 사례도 등장했다. 서울 염창동의 웅지·염창 연립주택을 헐고 짓는 ‘강서 쌍용 예가’는 1층을 뺀 나머지 층수를 조합원에게 무작위 추첨으로 배정했다. 조합원에도 비로열층이 돌아가면서 일반분양분 57가구 가운데 77%인 44가구가 5층 이상이 됐다.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받지 않고 현금으로 받아가는 사례(현금 청산)가 많아진 것도 로열층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이유다. 집값 전망이 어둡다 보니 아파트를 포기하고 현금으로 기존 재산을 정산하는 조합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포기한 물량은 모두 일반분양 몫으로 전환된다. D건설 관계자는 “지방일수록 현금 청산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