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동반 퇴진"…유경선 "일고의 가치 없다"

하이마트 거래 정상화 '안갯속으로'

경영개선안 마련 난기류
25일 이사회 결론 관심
▶마켓인사이트 4월18일 오후 4시22분 보도

경영진의 횡령·배임 발생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하이마트가 경영진의 일선 퇴진을 통해 출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이 지난 16일 하이마트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데 이어 선종구 회장이 두 사람의 대표이사직 동반 사퇴를 제안했다. 하지만 유 회장 측이 대표이사직 사퇴를 거부하면서 오는 25일 임시이사회의 최종 결론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강도 높은 투명성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 회장과 유 회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주식거래가 쉽게 재개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 회장 ‘유 회장, 동반 사퇴하자’

선 회장은 18일 ‘대표이사 동반 퇴진’을 제안했다. 그는 이날 ‘신속한 회사가치 정상화를 위한 입장’이란 글에서 “지금 하이마트는 조속한 주식매매 거래 재개와 신속한 매각을 통해 새로운 회사로 거듭남으로써 경영안정과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며 “대주주 간 합의를 통해 영업 대표이사인 저와 유경선 재무 대표이사가 하이마트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기존 4명의 사외이사도 이사직에서 사퇴해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는 것이 하이마트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길”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선 회장이 조용히 물러나면 되며, 유 회장은 하이마트의 대주주로서 책임지고 지분 매각을 완료할 책임이 있다”며 선 회장 측의 동반퇴진 제안을 거절했다. 하이마트 이사회는 유 회장, 선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중 3명이 유 회장 측이어서 25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해임안이 올라갈 경우 선 회장만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 선 회장이 정상적인 절차를 따를 경우 홀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지자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는 게 유진 측의 주장이다. 유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하이마트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하이마트 ‘개선방안 준비 중’

한국거래소는 하이마트의 강도 높은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요구해왔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한 관계자는 “횡령·배임의 절대적인 규모가 크고 복잡한 만큼 철저히 심사할 방침”이라며 “하이마트로부터 구체적인 투명성 개선안을 받아본 후 거래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마트의 투명성 개선 방안이 언제 나올지가 거래 재개의 열쇠다. 하이마트 측은 “재무 대표이사인 유 회장이 주도해 구체적이고 방대한 개선방안 자료를 마련 중”이라며 “선 회장과의 합의를 통해 최종 확정해야 하므로 언제 거래소에 제출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영권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은 만큼 거래 정지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25일 열리는 하이마트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이날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4% 감소한 6954억원, 영업이익은 41.9% 급감한 33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김유미 /박수진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