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리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 왜…'3대 궁금증'


(1) 얼마나 부담되나

소득수준 감안한 '체감 기름값' 일본·독일의 2배 달해정부가 19일 유가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최근 국내 기름값의 고공행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불안을 방치할 경우 그동안 힘겹게 붙들어온 거시지표가 한꺼번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위기감이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0.24원 오른 ℓ당 2062.55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4개월째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급휘발유 가격은 17일 2290.39원으로, 하루 전 올해 최고치인 2292.01원을 찍고 소폭 하락(1.26원)했을 뿐이다. 서울 여의도동 경일주유소는 지난주까지 ℓ당 2390원이던 보통휘발유 가격을 최근 2445원으로 올렸다.

그렇다면 국내 기름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얼마큼 비쌀까. 한국경제신문은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2010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고급휘발유 ℓ당 가격을 한국과 비교해 ‘소득 대비 휘발유 가격지수’를 산정해봤다. 한국의 기름값을 소득수준과 비교했을 때 지수를 100이라고 한다면 캐나다는 33.41, 일본은 48.40, 독일은 51.60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순 기름값(고급휘발유 기준) 비교로는 한국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캐나다는 72.67, 일본은 101.80, 독일은 111.83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 차이보다 소득별 휘발유 지수의 격차가 훨씬 심하게 벌어지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의 휘발유 가격 차이는 미미하지만 소득수준에 따라 느끼는 압박감은 한국이 일본의 두 배 이상이라는 얘기다.


(2) 국제유가와 왜 따로 움직이나계속 치솟는 싱가포르 현물가격이 '기준'

국제 원유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세를 멈췄다. 두바이유 기준 원유가는 3월 둘째주 배럴당 123.59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소폭 내려 4월 첫째주 121.17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바이유나 브렌트유 같은 원유 가격이 아니라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이다. 원유값이 떨어져도 국내 제품값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다.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거래가격을 보고 1주일에 한 번씩 공급가를 정한다.

다시 주문하기 전 재고를 소진하는데 통상 1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2주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여기에 환율변동분을 감안해 국내 정유사가 공급가를 결정한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은 1월 첫째주 배럴당 119.18달러로 시작해 4월 첫째주 135.87달러까지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기변동이나 원유 수요 등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같지만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은 원유시장과는 시장 참여자나 구매 목적이 달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가격 결정과정이 잘 알려지지 않아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 비싼데 수요는 왜 줄지않나

車 연 50만대 증가…값 조금씩 올라 '둔감'

지난 2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67만5000배럴로 전달(582만3000배럴) 대비 줄었지만 전년 같은 기간(543만8000배럴)보다 늘어났다. 이달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유업계 분석이다.석유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은 국내 차량 수요와 맞물려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휘발유의 97%는 자동차에 쓰인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843만7373대로, 전년 대비 2.8%(49만6017대) 늘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송용 차량 및 자가용 등 국내 차량 수는 매년 평균 3%씩 느는 등 예년과 비슷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름값이 1원 단위로 조금씩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을 체감하는 정도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석유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면 인식 효과가 큰데 서서히 오르기 때문에 기름값 부담을 느끼기 어렵다는 얘기다.

조미현/윤정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