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사람'

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 존 고든 지음 / 김소정 옮김 / 한경BP / 224쪽 / 1만3000원

한때 세계 최고의 수프를 만들어 떼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파산 직전에 내몰린 수프사.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직원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이 회사에 용감한 여자 낸시가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다. ‘휜 국자를 물려받은 잔 다르크’라는 수식어처럼 망해가는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휘어진 국자로 수프를 젓는 것처럼 힘이 든다.

낸시는 어느 날 우연히 뉴욕 뒷골목에서 기가 막힌 맛의 수프를 발견한다. 자신이 수프사의 CEO임을 밝힌 낸시는 요리사 다이엔에게 맛의 비결을 묻는다. 다이엔은 이렇게 대답한다. “최고의 재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사람이라오.” 이 말을 옆에서 듣던 다이엔의 아들 빌은 “그 사람을 움직이는 건 문화”라고 덧붙인다. 다이엔은 수납장에서 골동품처럼 오래된 나무 국자를 꺼내 낸시의 손에 쥐어주며 말을 잇는다. “당신은 CEO가 아니라 냄비를 젓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요.”그날 이후 낸시는 식은 수프를 다시 끓이듯 차근차근 조직을 바꿔나간다. 어려운 시기여도 위대한 일이 당장 벌어질 것 같은 기대감을 조직원들에게 심어줬고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고 자기계발을 지원했다. 비관주의자들은 과감하게 회사를 떠나도록 했고,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을 고용해 비전을 함께 나누기를 여러 번. 몇 달 뒤 직원들의 열정은 뜨겁기만 한 게 아니라 펄펄 끓어 김이 날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벼랑 끝 회사가 기사회생하는 기적을 본 이후에도 낸시는 수프 젓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가족이다’ 캠페인과 성공을 자축하는 대규모 파티를 벌여 함께 냄비를 저어준 모든 이들과 감동을 나눈다.

《뉴욕 뒷골목 수프가게》는 ‘수프’라는 소재로 성공하는 리더십 이야기다. 등장인물은 모두 네 명. 뉴욕 뒷골목에서 우연히 먹게 된 수프 한 그릇 덕분에 회사를 살려낼 영감을 얻은 수프사의 CEO 낸시, 낸시를 도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도도한 비서 브랜다, 낸시가 우연히 알게 된 수프가게 요리사 다이엔, 경영 컨설턴트이자 다이엔의 아들 빌이 그들이다. 재료마다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수프처럼 개인과 조직, 팀장과 팀원, 회사와 가정 등 모든 집단에서 통하는 성공 키워드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긍정의 에너지 전문가’로 불리는 저자 존 고든은 서문에서 ‘냄비 젓기 현상’을 예로 들며 같은 재료, 같은 조리법으로 끓여도 다른 맛이 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수프를 끓이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와인 전문가 중에는 와인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그 와인을 만든 사람의 성격을 알아내는 사람들이 있고, 여러 요리사가 같은 요리법으로 아무리 조심스럽게 같은 맛을 내려해도 만들어진 요리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 결국 수프를 젓는 사람이 수프 안의 내용물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조직을 이끄는 CEO와 조직원 개인의 마음가짐이 조직의 성패를 가른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성공의 본질은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라며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는데 실패하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일을 성공시키는 사람들을 보면 성공이란 강한 믿음과 개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희망과 믿음 불어넣기, 서로의 신뢰감 쌓기, 소통으로 관계의 공백 채우기, 놓친 공은 돌아보지 않기, 언제나 펄펄 끓는 수프처럼 뜨거운 열정 만들기 등을 제안한다. 또 누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밀은 결국 나와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이 성공을 가져오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스펙에 집착하는 대학생들, 무작정 영어공부에 몰두하는 요즘 직장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