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연금 수익률, 10년 부어야 은행연금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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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산업 (2) 복잡한 수수료 체계
장기 투자하면 '복리 효과'
생보사 15년 수익률 142%
연금보험, 연금신탁, 연금펀드…. 개인연금상품 시장 규모가 작년 75조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지만 각 상품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가입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험설계사나 은행 창구에서 수수료를 챙길 목적으로 상품 구조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가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계약 유지율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작년 11월 나온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년 후 보험계약 유지율은 54.4%로, 미국(73.1%)보다 18.7%포인트 낮았다. 스스로 가입한 상품에 불만이 생겨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집중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과 은행권이 운용하는 채권형 연금신탁의 실제 수익률을 비교했다. 수수료가 높은 생보사 연금보험이 은행 연금신탁의 수익률을 제치려면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10년 지나면 은행 연금 추월”
생·손보업계 및 은행권의 상위 4개사 연금상품(변액연금 제외)을 비교해 보니 초기 7~9년까지는 은행 상품의 실제 수익률(해지 환급률)이 훨씬 높았다. 은행 연금신탁의 경우 보험사 상품과 달리 수수료를 나중에 떼는 후취 방식이어서다. 1년이 지나 바로 해지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반면 보험사 연금상품의 1년 후 환급률은 평균 70% 수준에 머물렀다. 손보사 환급률이 평균 68.5%, 생보사 환급률이 76.3%였다. 100만원을 냈다면 30만원의 원금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은행 신탁의 1년 후 환급률(101.8%)과 큰 차이가 났다. 10년이 지나면 보험사 상품의 수익률이 은행 상품을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의 10년 납입 후 평균 수익률은 114.75%였다. 가입 후 7년까지의 평균 수수료 8.5%와 7~10년까지의 수수료 4.5%를 뺀 수치다. 지난 1년간의 평균 공시이율(연 4.59%)이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가정했다.
은행 연금신탁의 10년 후 수익률은 114.0%에 그쳤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개 은행의 지난 1년간 채권형 연금신탁 평균 수익률(연 3.42%)을 적용한 뒤 수수료(적립금 누계액의 0.9%)를 뗀 결과다.
◆장기 투자하면 연금상품 모두 이익연금에 15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보험과 은행 상품 모두 큰 이익을 냈다. 수수료를 모두 빼고도 그렇다는 얘기다. 단기간에는 사업비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연금을 실제 수령할 때 도움이 된다는 게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생보사 연금보험의 15년 후 실제 수익률은 142.4%였다. 손보사 연금보험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151.5%였다. 은행 연금신탁의 같은 기간 수익률(129.0%)보다 높았다.
20년 후 수익률은 △생보사 연금 177% △손보사 연금 193.8% △은행 연금 145.8%로 각각 나타났다. 복리 효과 덕분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연금상품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불입해 55세 이후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방식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가입하면 혜택이 많다”고 말했다.
방하남 한국연금학회장은 “연금저축 상품의 장점이 많은데도 일부 보험사가 고객 유치를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무리하게 변액연금 판매 경쟁을 벌여 논란을 자초했다”며 “연금상품에 장기 투자하면 높은 수익과 세제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상품 수익률 낮다면 이전 검토”
특정 연금상품에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해약하지 말고 계약 이전 제도를 활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해지하면 세금이 많이 나오는 데다 초기 수수료도 높은 구조여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소득공제 혜택(연간 400만원 한도)을 받아온 연금저축을 중도 해지하면 해약액 중 소득공제 납입 원금 누계액과 총 이자에 대해 기타소득세 등 22%를 내야 한다. 계약 이전 제도를 이용하면 이런 불이익이 없다. 보험사 연금상품에 가입했어도 은행 또는 증권사로 가입 기관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다. 계약 이전 수수료는 최대 5만원 정도다. 신기철 숭실대 교수(보험수리학)는 “수익률이 저조하면 별다른 불이익 없이 계약 이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수록 금융사들이 수익률을 더 높이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