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교권 회복, 답은 학교에 있다

이기성 < 서울사대부고 교장 >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는 똑같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그러나 요즘 학교에서 군사부일체는 사라졌다.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유일한 수단이 교권이지만 학교 교육의 붕괴로 교권은 땅에 떨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2011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당행위는 40%를 넘어섰다. 폭행과 폭언으로 교사가 피해를 입은 사례가 절반 이상이다. 수업 중 무단외출을 하다 불려온 학생이 “교장이면 다냐”라는 폭언을 일삼는다. 학생 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의 폭행도 다반사다. 학생이 교사 머리 부위를 때려 중태에 빠뜨린 경우도 있다. 더 이상 교권 침해를 간과할 수 없는 배경이다. 과거 대부분의 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졌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정 교육 기능은 약화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가족 간 소통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다. 입시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교과목 교사는 존재감마저 위협받는다. 인성교육 부재로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하는 현실이다.

학생들이 인터넷과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폭력적인 장면에 쉽게 노출되고, 약자를 지목해 괴롭히는 ‘왕따’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을 교사가 마음 놓고 지도하기도 어렵다. 교권이 약해져서다. 결국 지도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고 있다.

교권 침해를 포함해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인성교육과 연관돼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을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잘못한 일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 공동체 규칙을 지키고, 자신의 욕구를 절제할 줄 알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권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게 선결 과제다. 교권 확립을 위해선 학부모 역할도 중요하다. 맹목적인 ‘자식 사랑’은 교권 추락은 물론 아이의 미래도 암울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학부모나 다름없다. 학교에서 학부모의 역할을 교사가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교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올바른 교육 실현은 요원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당장의 학업 성과보다 인성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건강한 사회 건설의 전제다. 학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때다.

이기성 < 서울사대부고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