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내부지지 못받아…혼자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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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퇴진' 거부한 유경선 유진 회장, 하이마트 前 직원에 이메일▶마켓인사이트 4월22일 오후 3시10분 보도
"매각 끝까지 책임지겠다"
주식투자 손실 보전도 약속
‘하이마트 대표이사 동반 퇴진론’에 휩싸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사진)이 하이마트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 주목된다. 그는 지난 21일 2000여명의 하이마트 전 직원에게 ‘차분히 본업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접 보냈다. 이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공동 대표이사)이 경영진 동반 퇴진을 요구한 후 하이마트 내부에서 있을 수 있는 동요에 조기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유 회장 본인은 하이마트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며 대주주로서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유 회장은 이메일에서 “작년 10월부터 계속된 분란과 소요 속에서도 꿋꿋이 소임을 다해준 임직원 여러분에게 대주주로서, 또 재무부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깊은 사과와 더불어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운을 뗀 후 “지난 19일 하이마트 지점장, 사업부장, 그리고 본사 팀장과의 면담 때 약속한 사항을 직원들에게도 확인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 글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모임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두 가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매각 재개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두 번째는 매각시 하이마트 직원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겠다는 것.
유 회장은 이 같은 약속사항을 재차 확인하면서 “모든 임직원이 본업에 매진해 5·6월 실적 목표를 달성, 주가를 다시 8만원 수준으로 되돌려 놓자”고 제안했다. 하이마트 주식은 선 회장의 배임·횡령 사실이 검찰 과정에서 밝혀지면서 지난 16일부터 거래가 정지됐고, 최종 거래가는 5만8400원이었다.유 회장은 영업실적 달성에도 주가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지분 매입으로 발생한 이자비용을 상여금 등의 방법으로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이마트 지분은 유진그룹의 유진기업이 31.34%로 1대주주, 선 회장이 17.37%로 2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선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우리사주조합은 6.80%다.
하이마트 서울지역 지점장들은 21일 긴급 회동을 갖고, 선 회장의 경영진 동반 퇴진 주장과 유 회장의 약속 등이 나온 후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논의한 결과 당분간 집단 행동은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선 회장은 횡령 등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하이마트 지점장들의 움직임을 보면 하이마트 내부에서도 선 회장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이마트 경영정상화 및 매각촉구위원회’는 22일 “두 대표이사 모두 대표에서 퇴진하고, 사내이사는 중립적인 기관이 추천하는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로 전원 교체하라”며 “이것이 하이마트 임직원 전체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사람을 포함해 6명으로 이뤄진 이사회는 유 회장 측 인사가 다수여서 선 회장만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박수진/민지혜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