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는 한겨울…고가주택 10억원 낮게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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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은 3번 유찰 기본…낮 12시 이전 조기종료
수익형 부동산만 인기몰이…오피스텔 수십명 경쟁
< 고가주택 : 감정가 34억 주택 >
지난 17일과 19일 찾은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은 한산했다. 두 날 모두 빈 좌석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빈 자리가 없어 뒤쪽에 서있는 사람이 많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한 법원 집행관은 “현장실습 나온 경매 학원생 1~2팀을 빼면 실제 입찰 목적으로 찾은 사람은 5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낙찰된 물건이 17일 11건(낙찰률 22%), 19일 14건(19%)에 불과하다 보니 팽팽한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고가 아파트들은 찬밥 신세였다. 17일 가장 고가에 낙찰된 물건은 삼성동 고급 아파트 ‘삼성동 아펠바움’ 241㎡였다. 감정가격 34억원인 이 물건은 2명이 경합을 벌여 24억원에 낙찰됐다. 누군가 “10억원이나 싸게 샀네”라고 중얼거렸다. 경매법정을 찾은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부동산 불황기에 경매시장을 통해 고가주택을 사면 적어도 몇 억원은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경매처분된 도곡동 도곡렉슬 134㎡(감정가 23억원), 신사동 압구정하이츠파크 216㎡(감정가 27억원) 등 고가 아파트는 모두 유찰됐다.
주상복합 인기는 여전히 바닥이었다. 17일엔 서초동 ‘서초트라팰리스’ 92㎡가 감정가(8억2000만원)의 51%인 4억1000만원대까지 떨어졌는데도 2명만 응찰했다. 낙찰가는 최저가보다 1억원 정도 높은 5억225만원이었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149㎡(감정가 15억5000만원)는 두 번이나 유찰돼 감정가가 9억92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경매펀드를 운용 중인 KJ국제법률사무소의 정충진 변호사는 “고가 주상복합은 세 번 정도 유찰돼야 입찰자가 나선다”고 전했다. 부동산 태인에 따르면 1분기 경매물건 낙찰가율은 67%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그나마 응찰자들이 몰린 물건은 수익형 부동산과 소형아파트였다. 17일엔 구기동 다가구주택을 잡기 위해 모두 7명이 경쟁을 벌였다. 정릉동 쌍용아파트 59㎡의 경우 15명이 몰려 이날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19일엔 역삼동 디오빌 오피스텔(전용 59㎡)을 잡기 위해 24명이 뛰어들었다. 낙찰가는 감정가(3억6000만원)를 웃도는 3억6129만원. 2등과는 불과 1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익선동의 현대뜨레비앙 아파트(전용 48㎡)에도 14명이 참여해 감정가의 96%에 팔렸다. 한 입찰 참가자는 경매법정을 나서면서 “저 가격에 낙찰받느니 중개업소에서 사겠다”고 푸념했다.
정 변호사는 “요즘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중소형아파트는 중개업소를 통해 급매물로 사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며 “현장 조사를 통해 시세와 임대료를 꼼꼼히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경매 참여자들을 황당하게 만드는 초보들의 실수는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17일엔 창신동 아파트(최저가 2억2400만원)에 입찰한 A씨(72)가 2370만원의 응찰가를 써냈다. 강 대표는 “2억3700만원을 잘못 써낸 것으로 보인다”며 “덕분에 최저가보다 겨우 88만원만 더 써낸 주부가 낙찰받았다”고 말했다.
19일에도 중년 남성이 입찰 금액을 정정했다가 입찰 무효 처리됐다. 금액을 잘못 썼을 경우 줄을 그어 정정하지 말고 새로운 입찰 용지에 다시 기입하라고 법원이 입찰 때마다 고지를 하는데도 이런 실수는 반복되고 있었다. 응찰자 수가 적다 보니 경매는 빨리 끝났다. 17일엔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매가 11시45분에 종료됐다. 낮 12시 이전에 경매 절차가 완료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일에도 오후 12시5분에 경매 절차가 완료됐다.
조성근/이현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