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선점 '잰걸음'…동북아, 마이스산업 중심지로 뜨는데 한국은 걸음마 단계

호텔 수 中의 20분의 1
부족한 인프라 보완 위해 한·중·일 네트워크 '시급'

“동북아시아가 마이스(MICE) 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상하이 월드엑스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T-CM(Incentive Travel&Conventions, Meeting) 차이나 2012’. 박람회에 참석한 마이클 울프 인컴패스그룹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호주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울프 대표는 “직원들에게 포상관광을 다녀오도록 하거나 여러 행사를 열 만한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었는데 아시아가 제격인 것 같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수준이 이토록 높은지 미처 몰랐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지역을 눈여겨본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마이스 박람회인 이 행사(17~19일)엔 43개국에서 2000여명의 바이어가 모였다. 이들은 중국의 마이스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입을 모았다.

◆중·일에 마이스 행사 몰린다

마이스산업은 국경 없는 글로벌 경제가 만들어낸 신시장이다. 각국에서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덕분에 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마이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이 지출하는 비용은 일반 개인 방문객보다 4배가량 높다.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마이스 행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독차지했다. 숙박과 컨벤션, 관광 등이 검증된 곳에서만 행사를 개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마이스 산업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0년 개최한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마이스 행사장 수를 2배가량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의 마이스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단체연합(UIA)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 236건의 국제 회의를 개최, 이 분야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전 세계 기업 중 37%가 행사 개최지로 중국을 선택했다. 일본은 중국보다 앞서 마이스 산업을 발전시켰다. 같은해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 회의는 741건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1위다. 일본은 2010년을 ‘Japan MICE Year(일본 마이스의 해)’로 선정한 이후 마이스 산업 육성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밖에 싱가포르 홍콩 등도 마이스 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글로벌 공조 통해 활로 모색

반면 한국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다. G20 정상회의나 핵안보정상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은 있지만 회의, 포상관광 등 경제 효과가 큰 부문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곽도휘 서울관광마케팅 주임은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 마이스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는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이스 분야에선 한국을 베트남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곽 주임은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는 국내 호텔 수는 620여개로 중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며 “한국도 중국과 일본처럼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 국제회의기획업체(PCO) 가운데는 자체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이즈피엠피가 대표적이다. 이즈피엠피는 지난 18일 상하이에서 중국의 CITS 인터내셔널마이스, 일본 콩그레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의체 명칭은 ‘베스토 마이스 얼라이언스(BESTO MICE Alliance)’. 국내 마이스 기업이 해외 업체들과 협의체를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광만 이즈피엠피 대표는 “이를 통해 3국 업체 간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서로 노하우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대형 행사도 함께 기획하고 개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MICE 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와 이벤트(Exhibition&Event) 관련 산업을 일컫는다.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고 1인당 비용 지출이 커 각국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상하이=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