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663개社 2011년 경영분석 해보니…기업 30%는 벌어서 이자도 못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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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10년來 최저…1000원어치 팔아 54원 벌어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아 54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 추출 방식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2년(8.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이익률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부진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의 성장성이나 안정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과 부채비율도 전년보다 나빠졌다.
부채 늘고 매출증가율 둔화
한국은행은 1663개 상장·비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이 같은 내용의 ‘2011년 기업경영 분석’을 23일 발표했다. ○리먼사태 때보다 수익성 떨어져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4%로 전년 7.2% 대비 1.8%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5.7%)보다도 낮은 수치다. 금융비용까지 감안한 매출액 세전순이익률도 6.5%에서 5.0%로 하락했다. 윤재훈 기업통계팀 차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뛰고 판매 관리비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616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9%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이나 비상장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성 악화로 이자보상비율도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작년 이자보상비율은 420.8%로 전년(502.1%)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이 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 비중이 22.6%에서 28.9%로 높아졌다. 10개사 중 3개사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형편인 셈이다. 이종우 솔모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차입금이 증가했으나 금리 하락 효과로 전체 이자비용은 큰 변동이 없었다”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이자보상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매출 증가율 하락 … 성장세 주춤
기업들의 성장세도 주춤했다. 작년 매출액 증가율은 14.1%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1년 만에 매출 증가율이 둔화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전기전자 업종의 증가율이 전년 20.1%에서 2.6%로 크게 낮아졌다. 비제조업에서는 운수업(1.6%)이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 등의 여파로 26.1%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업들의 작년 총 자산 증가율 역시 10.5%에서 8.3%로 떨어졌다.
반면 부채비율은 99.4%로 전년 대비 4.4%포인트 높아졌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우량 업체 비중은 62.7%에서 59.9%로 줄어든 반면 500% 이상인 업체 비중은 2.4%에서 2.9%로 늘어났다. 윤 차장은 “부채비율이 500%를 넘는 회사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주로 포함됐다”고 말했다. 총 자산에서 차입금과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 의존도 역시 25.3%로 1%포인트 상승했다.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자금이 줄어든 가운데 투자는 어쩔 수 없이 늘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다 보니 빚을 많이 끌어다 썼다는 얘기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나마 대기업은 자금 조달 여건이 낫지만 중소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도 기업 경영 개선폭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우리 경제가 1분기 바닥을 쳤다 하더라도 성장률이 3%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여 기업 실적이 좋아질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