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5일 최시중 소환 조사…"청탁대가 혐의 입증 자신있다"

[파이시티 로비 의혹 확산]

수뇌부 마라톤 회의 개최…알선수재죄 등 법리 검토
'王차관' 박영준 연루설 계속…범죄 여부 입증될 지 관심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는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등 수뇌부가 마라톤회의를 갖는 등 하루종일 분주했다. 현 정권 ‘실세 중의 실세’를 소환하는 만큼 제한된 시간 내에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입증하는 데 한 치의 오차도 없애겠다는 게 검찰의 의지다. “돈은 받았지만 청탁대가는 아니다”고 주장하는 최 전 위원장과 치열한 법리공방도 예상된다. 대검 관계자는 “(소환되는) 25일 밤 늦게까지 조사할 것 같고, 미진하면 더 부를 수도 있다”며 결전의지를 다졌다.

◆판례, 법조계는 청탁대가 인정에 무게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알선수재죄와 정치자금법상 부정수수죄 혐의 양쪽을 적용하거나 두 가지 혐의 중 한쪽만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법리를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는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기만 해도 처벌된다”고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최 전 위원장은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인허가를 위한 청탁대가가 아니라고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고향 후배(브로커 이동율 씨)에게서 여론조사 비용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주장이지만 법조계는 검찰 쪽 해석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은 사실인정에 관한 문제”라면서도 “(수뢰)금액이 지나치게 많거나 일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등의 정황이 포착되면 청탁 명목이 있었다고 간주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도 “최 전 위원장이 청탁을 거절했다고 얘기하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면 청탁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탁대가성을 부인하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도지사에 입후보한 모 피고인이 은행장으로부터 은행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지만 “선거자금인 줄 알고 받았다”고 발뺌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험칙에 바탕을 둔 간접 사실로 봤을 때 피고인에게 범의(알선수재에 대한 인식)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검찰은 청탁이 없어도 적용이 가능한 정치자금법 위반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누구든지 정치자금법이 정한 방식 이외의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주고받으면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정치자금법은 5년(2007년 12월 21일부터는 7년) 공소시효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 씨에게 로비자금 11억여원을 전달한 시점이 2007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라는 진술이 있는 만큼 법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왕차관’ 박영준, 이번에도 빠져나갈까검찰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게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복합물류단지 인·허가가 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브로커 이씨에게 10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최 전 위원장의 수뢰 규모 및 사용처 규명과 함께 박 전 차관에게 파이시티의 자금이 얼마나, 어떤 명목으로 흘러갔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 진술은 확인해줄 수 없다. (언론에 알려진 일부 내용과) 실제 진술과는 상이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최 전 위원장의 출석에 이어 박 전 차관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왕의 남자’ ‘왕차관’으로 불린 박 전 차관은 이번 건 외에도 검찰과 악연이 적지 않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에서는 ‘몸통’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업체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검찰은 2010년 12월17일 CNK 허위보도자료 발표과정에 그가 개입한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이다.

앞서 SLS그룹(회장 이국철) 일본 현지법인장에게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박 전 차관을 소환, 조사했지만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각종 ‘권력형 비리’ 관련자로 오르내린 박 전 차관이 이번에는 꼬리가 잡힐지 주목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