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 동양철관 4배 비싸게 출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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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여株 9천원에 증자 참여…15년전 보증채 출자전환▷마켓인사이트 4월24일 오후 1시19분 보도
하나대투증권이 동양철관 유상증자에서 시가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다. 동양철관은 8만4408주, 7억6000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신주 배정 대상자는 하나대투증권이고 신주발행가액은 9000원이다.
최근 동양철관의 주가가 2000원대이고 러시아 가스관 테마주로 부각됐던 지난해 말 장중 고점이 3715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자 발행가격 9000원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다.
하나대투증권이 이같이 높은 가격으로 동양철관 주식을 취득하게 된 이유는 15년 전 발행된 14억원짜리 신호그룹 채권 때문이다. 1996년 당시 동양철관 최대주주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 조카인 박재홍 씨는 신호그룹에 경영권을 넘겼고, 신호그룹에 편입된 동양철관은 하나대투증권(당시 보람증권)이 보유한 채권을 비롯한 계열사 채권에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신호그룹은 경영난에 빠졌다. 동양철관도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 갑을상사그룹 계열사인 동국실업이 동양철관을 인수, 2001년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종결 결정을 받으며 회사정리계획안을 확정했다. 이 계획안에서 후순위성 보증채무인 하나대투증권 채권은 10년 뒤인 2011년에 채권 절반가량인 52.5%를 주당 9000원에 출자전환하도록 결정됐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동양철관에 100쪽짜리 10년 전 법원 결정문을 들고 돈을 달라고 했으니 동양철관도 황당했을 것”이라면서 “공교롭게도 결정문에 오타까지 있어 소송 끝에 출자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하나대투증권은 1997년 신호그룹에 빌려준 14억원 중 현금변제 5000만원과 동양철관 주식 2억원을 돌려받게 됐다. 나머지는 10년 전 법원 결정문에 따라 탕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10년 넘게 묵은 채권에 대한 추심의무를 다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