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일 경제권' 기술협력으로 물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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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공동체는 세계적 추세…해외 과당경쟁 억제효과 기대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특정 지역단위 경제공동체 등의 방식으로 자유통상지대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구축됐으며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에는 그런 경제공동체가 아직 없다.
기술·경영자원 교류 활성화부터
이종윤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명예교수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 공동체 내의 개별 가입국이 내수시장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그리스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위기상황에서는 공조체제가 기능을 발휘한다.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공동체가 없는 까닭에 항상 시장의 불안정에 시달려 왔다. 지난 아시아 금융위기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환경변화에 직면해 각개격파 당하는 취약성을 노출했다. NAFTA나 EU와 같이, 우리도 아시아 내에서 그런 시장을 추구해야 한다.
해외시장 필요성의 정도 및 시장경제 질서의 정착도 등을 고려할 때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는 한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일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경제권’ 구성은 그 자체로도 규모의 경제 효과 및 한·일 기업 간 과당경쟁 억제 등의 효과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위한 강력한 추진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한국과 일본 경제가 공통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지하자원 및 식량의 안정적 확보도 그만큼 유리해질 것이다. 내수시장 확대로 세계 표준화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한·일은 어떻게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어갈 것인가? 먼저 한·일 간 FTA 체결 등 제도적인 측면을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도 큰 규모의 대일무역역조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대로 한·일 FTA를 추진할 경우 한국의 취약산업인 부품소재산업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따라서 그런 반발을 극복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정지작업으로는 한·일을 망라하는 산업기지 재배치 추진, 첨단기술을 포함한 공동 기술개발 및 연구 추진, 한·일 기업에 의한 제3국 공동 진출 및 인재교류 활성화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일 기업 간 기술 및 경영인적 자원을 자유스럽게 활용함으로써 한·일 간 ‘산업 내 분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술·경영자원을 한·일 간 산업 내 분업 부문에 보다 많이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독립적인 경쟁 산업에의 자원 배분을 축소시켜 그만큼 제3국에서의 한·일 기업 간 경쟁이 줄어든 효과가 생긴다. 이는 한·일 수출품의 교역조건 악화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한·일 양국 기업이 산업 내 분업을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양국 기업이 협력을 확대·강화하게 되는데, 이 같은 협력 강화는 한·일 양국 기술·경영 자원의 직·간접적인 활용 및 접촉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힐 것이다. 이는 다시 양국 기술·경영 자원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양국 기업 간 기술 격차로 인해 한·일 ‘산업 간 분업’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나, 한국 기업의 기술 수준 및 흡수력의 향상과 더불어 한·일 간 ‘산업 내 분업’을 점진적으로 확대시켜 왔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여전히 한국기업에 비해 일본기업의 기술 축적이 높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확대되면 한국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부품·소재류가 일본 제품의 수준에 근접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한·일 간 산업 내 분업은 확대될 것이다. 이는 또한 두 나라 간 기술·경영 인력의 교류·협력을 강화시키는 장으로 활용됨으로써 한·일 경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드는 강력한 촉매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윤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명예교수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