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바가지' 쓴 중산층?

건보가입자 52% 낸 돈보다 혜택 적어
건강보험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 혜택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 대비 보험 혜택이 줄어들었다.

보건복지부가 26일 ‘2010년 건강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보험 혜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1457만3695가구 중 52.3%인 762만3626가구는 보험료보다 급여 혜택이 적었다. 반면 전체의 14.7%인 14만4870가구는 보험료 대비 보험 혜택이 50배가 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큰 수술을 받거나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 보험 혜택이 늘어나는 반면 대다수 가입자는 이런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수준별로도 편차가 컸다.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눴을 때 최하위 20% 계층은 건보료 대비 보험 혜택 비율이 5.24배에 달했다. 매달 1만8623원을 내고 9만7609원의 급여를 타갔다는 계산이다.

반면 최상위 20% 계층의 경우 매달 17만6707원을 내고 21만2615원을 받아 이 비율이 1.2배에 불과했다.복지부가 이번에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소득 수준을 20등분 하면 지역 가입자 중 소득 상위 10%, 직장 가입자의 소득 상위 5%가량은 이 비율이 1배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낸 보험료보다 보험 혜택이 적다는 뜻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지만 상당수 중산층이 ‘바가지 건보료’를 부담하고 있는 만큼 병원 이용이 적은 가입자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깎아줘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보험에서 보험 혜택이 적다고 보험료를 깎는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오는 9월부터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이 연간 7200만원을 넘는 직장 가입자에 대해 기존 직장 건보료 외에 추가로 건보료를 물릴 방침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