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가치 연일 사상최고

美·中 경제대화 앞두고 '의도적 절상'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내달 3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달러당 위안화 가치의 중간가격을 6.2787위안으로 공시했다. 2005년 달러에 대한 페그제를 폐지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6.27위안대에 진입한 것이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4일 동안 0.34% 올랐다. 일부에서는 지난 1분기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데다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되는 등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위안화 가치 상승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총리는 다음달 3~4일 베이징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양국 간 경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최근 달러당 6.30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인민은행은 고시가격을 연일 높이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인민은행의 고시가를 기준으로 상하 1% 내에서 변동할 수 있다. 황펑 윈수캐피털 회장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중국이 다른 국가에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중국은 미국 등 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으로 지난해 위안화 가치를 5.1%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 등은 여전히 위안화 가치 절상 폭이 작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 따라 결정돼야 중국은 성장과 인플레이션 등의 문제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위안화 가치가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양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그러나 “올해 1분기에 중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49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나 감소했다”며 “무역흑자도 크게 줄어드는 등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20위안대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