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4월 조정론과 맥베스의 비극

조윤남 <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
대학시절 ‘리타 길들이기’란 연극을 볼 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왜 비극인가를 설명한 대목이었다. 맥베스는 타고난 야심가다. 그 야심 때문에 비극적인 인생을 살아갈 개연성이 높았는데, 결국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 비극이란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작년 11월 올해 주식시장을 전망하면서 ‘2012년 4월 증시 하락 충격’을 예상했다. 그 근거로는 유로존의 리세션(경기침체) 공포와 대대적인 신용등급 하강,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불확실성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증시를 압박할 것이란 점을 들었다.올 2월이 지나면서 ‘4월 조정론’은 국내의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컨센서스’로 자리잡았다. 필자가 예견했던 악재들이 불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컨센서스와는 약간 달랐다. 4월 주가 조정이 올 것이란 점은 일찍부터 예상했지만 이달 중 코스피지수는 한 차례 더 상승한 직후에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필자 생각대로 ‘4월 일시 반등’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생각은 변함이 없다. 코스피지수가 1950선 밑으로 하락하는 상황은 한 차례 단기 반등을 한 다음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 반등을 점치는 이유는 이렇다. 유럽, 특히 스페인은 신용등급 강등 등 위기 탈피를 위해 조만간 정책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중국의 영향을 받는 산업재 및 소재업종 주가는 바닥권을 형성했다고 본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개인소비 등 경제지표도 짧게나마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달 초반을 지나 6월까지 증시는 본격적인 조정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프랑스 대선 및 의회 선거, 그리스 총선 결과가 ‘신재정협약 및 긴축안 이행’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다.

맥베스의 비극처럼 다음달 이후의 주식시장도 ‘정해진 운명(예정된 악재)’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윤남 <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