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가게 많이 보인다 했더니 이런 이유가!

“사장은 제일 많이 일해야 하는 사람”

경기가 어려울수록 안정적인 업종은 ‘먹는장사’라고 쉽게들 얘기하곤 한다. 실례로 경기 불황이 짙어진 시점부터 창업 전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저가 요식업 창업 붐이 이런 대중적인 상식을 뒷받침해 준다. ‘떡볶이 창업’이 주목 받기 시작한 이후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생겨났고, 대기업 역시 분식 프랜차이즈에 뛰어들기도 했다. 상권을 막론하고 들어갈 수 있는 업종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사람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업종인 분식 업종에서 성공하는 것은 땀방울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1층에서 ‘할머니국수’를 운영하는 조성애(47·여) 사장은 “나는 내 가게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몸으로 배우고, 몸으로 말하라

할머니국수는 국수 외에도 떡볶이·순대·라면 등 전형적인 분식점 메뉴가 모두 구비돼 있다. 여의도 오피스 상권에 들어서 있지만 빌딩 내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단골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일반 로드숍에 들어선 분식집들이 풍부한 유동인구를 주 영업 대상으로 한다면 조 사장의 가게는 단골손님들과 인근 빌딩의 오피스 맨들의 사랑방이다. 매출 패턴 역시 간식 매출 등으로 식사 시간이 크게 구별 없는 일반 분식점과 달리 아침·점심·저녁의 식사 시간에 매출이 뚜렷이 구분돼 발생한다. 그래서 아침에는 해장국 메뉴를 도입해 3끼를 정확히 서비스하고 있다. 아침에 10~15%, 점심과 저녁이 각각 40~45%의 구성비로 매출이 일어난다. 그저 “괜찮은 정도”라고 말하지만 조 사장의 점포는 일 매출이 늘 100만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외부 점포나 경기 상황에 비해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조 사장이 요식 업종에 첫발을 들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방 식구들, 홀 직원들이 들고남이 없이 단란하게 가게를 운영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 구성도 타 업종에 비해 높고 주방 의존도 역시 높은 분식 업종에서 초보 사장인 조 사장은 “당연히 사장이 제일 많이 일해야죠. 대청소 때도 먼저 앞치마를 두르고 장화를 신어요”라고 ‘사장론’을 펼쳤다.

메뉴가 다양한 만큼 손 가는 일이 많은 주방에서는 한 명이 일을 미루면 누구에게든 일이 몰리게 마련이다. 조 사장은 어차피 해야 할 일, 미루는 대신 서로 먼저 도와주고 부탁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조 사장은 같은 가게에서 직원으로 출발했다. 과거 지방에서 입시학원을 경영해 보기도 했고 전통 의복에 관심이 많아 개량 한복 관련 점포를 차리기도 했다.

서울로 올라와 여러 업종을 고려하면서 요식업으로 방향을 정하자마자 처음 결정한 것이 “내 몸으로 먼저 배워보자”였다고 한다. 지금의 점포에 일을 배우러 들어왔다가 여러 사연 끝에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일하는 사람들이 큰 변화 없이 여태껏 조 사장과 함께 해 오고 있다. “나는 딸 하나 아들 하나 가진 엄마예요. 함께 일하는 언니들도 다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잖아요. 바쁜 사정, 집안일…. 이해하면 문제가 쉽게 풀립니다.” 조 사장의 앞으로의 욕심은 지금의 가게를 꾸준히 운영하면서 또 다른 점포를 하나 더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업종은 가리지 않는다. 무엇이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심’이기에 사람을 설득하고 함께 일하면 된다는 것.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자연스럽게 정이 생겨난 가게라면 파는 음식도 얼마나 따스할까.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이 소중해지는 때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