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중국회화의 새 장을 연 목수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 사람의 그림 값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지난해 경매 낙찰 총액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부동의 정상 피카소도 그의 위세 앞에 체면을 구겼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지만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 나이 40이 되도록 목수로 살았다. 그러나 어릴적부터 키운 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계속했다. 도제식으로 정규 미술공부를 한 사람들이 일정한 격식에 얽매여 있을 때 그는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자기만의 개성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그 위에 무지렁이의 삶 속에서 발견한 평범한 것의 아름다움을 보탰다. 남들이 고상 떨며 사군자를 칠 때 그는 뽕잎과 누에를 그렸다. 그러다 세상이 뒤집혀 그의 참신한 붓질과 일상적 주제는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사군자와 문인화적 격식은 순식간에 구닥다리가 되고 ‘막돼먹은 그림’으로 멸시받던 그의 그림은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는 보배가 됐다. 진정한 문인정신의 계승자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전통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자만이 진정한 전통의 계승자가 된다는 점을 그의 그림은 잘 보여준다. 그의 이름은 바로 치바이스(齊白石·1863~1957)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