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035명의 희생…297명의 희망

남은 직원은 봉급 삭감
5년 만에 첫 신입사원

< 희생 : 구조조정 > / < 희망 : 취업 >

“아버지를 여의고 뒷바라지도 못했는데…. 우리 아들 장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합격 소식을 듣고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느낌이었다. 이지송 사장님, 우리 웅규를 큰 인물로 키워 주세요.”

30일 경기 성남시 LH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통합(주공·토공) 1기 신입사원’ 입사식. 31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신입사원으로 뽑힌 박웅규 씨(24)의 어머니 장인경 씨(56)의 영상 메시지가 보여지자 장내가 숙연해졌다.LH 입장에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125조원의 빚을 지고 힘겨운 구조조정을 해오느라 5년간 한 번도 신입사원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은 모두 297명. 이들은 2009년 10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한 이후 뽑힌 ‘1기 신입사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2007년 통합전 두 기관이 신입사원을 모집한 이후로 5년 만에 입사한 새내기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을 내야 하던 LH가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었던 것은 통합 후 2년 반 동안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업 재조정 등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당장 지난 1분기에 8000억원의 흑자를 냈고, 부채 7조원도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가 크게 나아지면서 신입사원 모집 여력이 생긴 것이다.

신입사원 선발 과정도 남달랐다. 자기소개서에는 출신 지역, 학교 등 개인 이력을 적지 않고 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방 출신이 전체의 38%인 113명, 여성이 전체의 28%인 84명을 차지했다. 나이 학력 등의 철폐로 36세(1975년생) 고령 합격자도 나왔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실버사원 2000명을 채용, LH는 올 한 해 3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예정이다.이지송 사장은 “하반기에는 고졸사원 200명과 청년인턴 500명도 추가 채용할 예정”이라며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지역별 채용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H 통합판매센터의 강성용 차장은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1035명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선배들은 봉급을 삭감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서 새로운 인재들을 수혈할 수 있었다”며 “후배를 보는 느낌이 남다르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